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참상이 심화되면서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의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영토를 사이에 두고 가자지구와 동떨어져 있는 서안은 가자지구 사태와 무관하게 사실상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왔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평화적인 공존을 거부하며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데 대해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17일째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서는 살육극이 전개되자 서안의 민심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온건주의 성향의 파타당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서안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동족들이 겪는 참상에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면서 하마스를 무장저항의 투사로 인식하는 반면 파타당의 지도자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서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행정수도인 라말라에서는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로 감싼 빈 관 600개를 유엔 사무소 앞에 가져다 두고 시위를 벌였다.
라말라의 알-아마리 난민촌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무함마드 아부 레일라는 "사람들은 시위를 해도 된다는 압바스 수반의 허락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제품 불매 운동 동참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서안 주민 마헤르 알 나덴은 더 이상 이스라엘의 음료인 '타푸지나'를 사 마시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열살짜리 내 아들은 어떻게 하마스에 가입하는지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나라 광장 인근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하마스 노래와 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을 상징하는 흑백 체크무늬 스카프가 활발하게 팔리고 있다.
한 가게 주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하마스 노래 CD를 300장 팔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가 좋은 노래는 모든 지역에서 유대인을 공격하자는 가사와 함께 총소리가 삽입된 곡이었다.
하마스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자 압바스 수반도 하마스가 제시한 휴전 조건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압바스 수반은 지난 22일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라며 휴전을 요구하는 한편 가자지구 봉쇄 해제와 하마스 수감자의 석방을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의회 의원이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참가했던 무스타파 바르구티는 "사람들이 가자지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압바스 수반이 저만치 앞서간 민심을 붙잡으려고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