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보고 걷다가 오만원권 한 장을 줍는다면 그 사람의 하루는 '운수 좋은 날'이 됩니다.
반면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다가 현금인출기에 놓인 돈에 손을 대면 그 사람은 곧 '경찰서행' 급행열차를 타게 될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먼저 길에서 돈을 줍는 경우는 훔쳤다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액수가 크지 않는 이상 처벌도 약식기소나 벌금 등으로 경미합니다.
이때 적용되는 혐의는 '점유이탈물 횡령', 말 그대로 횡령이지 남의 물건을 훔친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행 현금인출기에 놓인 돈을 가져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찾은 돈을 길에 떨어뜨린 것과는 다른 법률 해석이 적용됩니다.
은행은 현금인출기의 소유자이자 관리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이 놓고 간 돈은 자동으로 은행 소유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돈을 주운 사람은 은행의 돈을 훔쳐가는 셈이어서 '절도죄'가 성립됩니다.
실제로 최근 전북 익산과 군산에서는 현금인출기에 놓인 돈을 주웠다가 절도 혐의로 박모(46·여)와 서모(36)씨가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박씨는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 군산시 조촌동의 한 현금인출기에서 전모(32)씨가 두고 간 40만원을 가져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서씨 역시 지난달 25일 오후 9시30분 익산시 부송동에서 설모(46)씨가 찾은 40만원에 손을 댔다가 한 달 만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금인출기에 놓인 돈을 보면 누구나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거리에서 돈을 줍듯이 쉽게 생각을 하고 가져갔다가는 강력범죄인 '절도' 혐의로 입건되기 때문에 반드시 은행에 가져다주거나 경찰이나 은행과 계약된 보안업체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