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많이 파는 건 우리 관심사가 아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는 안 한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의 라이벌인가? 잘 모르겠다."
2일 페라리의 '캘리포니아 T' 신차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욘드뮤지엄을 찾은 주세페 카타네오 페라리 극동 아시아지역 총괄 지사장은 자신이 몸담은 자동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고집스럽고 자신만만했다.
카타네오 지사장은 행사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캘리포니아 T는 페라리를 좀 더 소박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고, 용도가 다양해 한국 시장에 딱 맞는 모델"이라면서 국가별로 차량을 할당할 때 한국에 우선순위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페라리는 어디에 끌고 가도 주목을 받는 자동차지만 캘리포니아 T는 사이즈가 작은 엔트리급 모델이기 때문에 지나친 이목을 끄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 문화에도 잘 맞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는 재고를 쌓아둔 채 달라는 대로 주는 게 아니라 시장 수요보다 적게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올해 판매량도 작년(6천922대) 수준으로 엄격히 통제할 계획이다.
카타네오 지사장은 "페라리에서 일할 때 가장 쉬운 업무는 차량 판매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우리에게 차를 파는 것보다 중요한 건 페라리스티(페라리 소유자) 커뮤니티를 돌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지향적 마케팅을 벌이는 대신 기존 고객들이 페라리를 즐겁게 탈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신규 고객에게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 페라리의 혼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판매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평균보다 페라리 점유율이 떨어지는 일부 국가에서는 고객들이 더 관심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과거와 달리 인구나 경제력 수준에서 (페라리를 구매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T에 터보 엔진을 장착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엔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인 압박에 터보 엔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250g/㎞)을 20% 줄이면서도 급가속시 가속반응이 뒤늦게 나타나는 '터보랙' 현상을 말끔히 해소했고, 가솔린 자연흡기엔진과 거의 동일한 엔진음을 구현했다고 카타네오 지사장은 덧붙였다.
또 "페라리 정체성을 결정짓는 요인은 엔진"이라면서 "캘리포니아 T가 다른 페라리와 사용 방식이 다를 수 있지만, 페라리 엔진이 들어가 최대출력 560마력을 내는 이상 진정한 페라리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이탈리아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와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람보르기니는 모델이 2가지밖에 없고, 우리는 8가지를 갖춰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과연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의 라이벌인지, 양사의 모델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공교롭게도 람보르기니는 10일 우라칸 LP 610-4를 국내 출시해 캘리포니아 T를 추격할 전망이다.
포르셰가 콤팩트 SUV 마칸을 출시하고, 람보르기니도 SUV 모델인 우루스를 준비하는 등 스포츠카 전반에 SUV 바람이 불고 있지만 카타네오 지사장은 "SUV를 출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스포츠카 한우물'만 파는 페라리는 작년 판매량이 전년보다 5.4% 줄었지만 수익(23억 유로)은 5%, 순이익(2억4천600만 유로)은 5.4% 증가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고, 연간 수익의 15∼18%를 신제품 개발 비용으로 투자해 매년 1개 이상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