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한수진/사회자: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고 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와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 짚어보겠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내신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시진핑 주석이 우리나라처럼 한 나라만 단독 방문한 경우 없다고 하고요. 전통적으로 북한을 먼저 방문한 관례를 깼다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의미 있는 행보인가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은 소위 중국에게는 전통적 우호 협력 국가이거든요. 그게 가장 높은 양자관계인데, 한국은 동반자 관계이고. 그리고 전통적으로 중국이 정치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을 중시하고 경제는 한국하고 중시해왔었는데 이런 점을 봤을 때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게 남과 북에 동시에 도움이 된다는 윈-윈의 인상을 주는 것이 좋지, 시진핑이 한국은 중요시하고 북한은 경시한다고 하는 인상을 주면, 제가 볼 때는 우리 외교적으로는 우리에게 그렇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북한에 경고를 주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한다, 이런 해석도 나오는데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다지 동의하지 않고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국 정부의 요구를 상당히 많이 들어준 셈이죠. 4차 핵실험도 유예하고 6자회담 복귀해서 6자회담 재기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사실상 한국하고 미국하고 일본 시각은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시진핑 주석이 만약 이번에 이틀 후에 서울 방문하게 되면 남북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어떻게 하면 6자회담을 재개해서 북한 핵문제 해결하고 이런 것들이 상당히 중요한 게 되겠죠. 그런 점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보기에는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에 한중 관계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평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것 역시 객관적인 평이라고 보기 어렵나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가 볼 때 한중관계가 계속 개선된 건 사실인데. 사실상 지난 이명박 시절 때 한중관계가 조금 어려웠던 점이 있었죠.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비해서 한중관계가 상당히 나아졌다고 하는 그런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서 92년 이후 한중관계가 최고수준이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는가 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적인 상호 의존 관계, 사회 문화적인 어떤 교류 협력 같은 것을 봤을 때는 92년 수교 이후에 지금이 최고 단계라고 볼 수는 있겠죠.
그러나 이번에 한중관계가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다른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떻게 하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하고 관계를 좋게 해서 한국, 미국, 일본 3자간 관계에 조금이라도 틈을 비집고 들어갈까 하는 게 중국의 외교 정책이니까. 그런 점에서 한국에 상당히 큰 환대 감을 보이고 한국과 더불어 하려고 하는 의지가 나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측에서 특히 한중관계가 92년 수교 이후에 최고단계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북중관계는 어떨까요. 사실 지금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실인데요. 시진핑 주석 방한을 앞두고 연이어서 미사일 발사하면서 시위를 하더니 어제는 특별제안이라는 것을 전격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교수님?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것도 제가 볼 때는 중국에 주는 상당히 큰 압력일 겁니다. ‘자, 우리는 봐라. 우리는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하자고 했고 상호비방 중지하자고 했고, 그 다음에 인천아시아 올림픽 계기로 해서 남북관계 긴장 완화하자’ 라고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하는데. 한국이, 만약 우리가 정부 발표에서 이걸 수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에게 ‘이거 봐라, 우리는 계속 평화 공세로 나오는데 남쪽이 거부하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 나오는 고도의 외교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어떻게 결과를 볼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늘 정부 발표를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일단 우리 국방부 당국자 이야기 나온 걸 보면 “진정성이 부족하다” 이렇게 평가를 했더라고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8월에 있는 한미 을지군사 훈련 연습 자체를 중단하기 힘들거든요. 다른 건 제가 볼 때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래서 한미 군사 연습을 중단해야 된다는 게 우리 쪽은 상당히 중요한 결단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입장으로서 고민이 많겠죠.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북한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머지않은 장래에 북한에 의미 있는 인사를 중국에서 보내거나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중국이 초청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 생각 같으면 우리 남측에서 이걸 계기로 해서 남북한 간 대화 채널을 열고, 이미 김규현-원동연 두 양자 간 고위급 채널이 있으니까 이걸 가동해서 구체적으로 협의해나갈 필요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한미 군사 연습을 우리가 중단하기는 상당히 어렵겠지만, 전반적인 적대적 행위라든가 상호 비방이라든가 이런 건 중단하고. 인천 아시아 게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남북이 협력한다, 라고 하는 이런 협력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걸 그래서 YES, NO로 이렇게 해서 양자택일 식의 그런 접근을 하는 것 보다는 이런 걸 계기로 해서 남북 간 고위급 대화를 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저는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어떨까요,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이 한반도 긴장 완화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나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보세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글쎄요, 그건 우리 정부 측의 선택에 달려있겠죠. 결국 지금 우리 남북관계 문제라고 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계속 도발적 행위를 해오니까 중국이 한국하고 미국에 편승해서 결국 북한에 대해서 압력을 가하자고 하는 게 우리 정부의 희망사항이고, 6자회담 문제만 하더라도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지금 4차 핵실험을 유예하고 있으니까, 6자회담 재개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하니까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기 전에는 6자회담 복귀가 힘들다, 라고 하는 그런 입장이다 보니까 쉽지는 않겠죠. 그런데 이런 중요한 현안 문제에 대해서 심층적인 토의 없이 그냥 적당히 양국 공동성명서나 발표하고 끝난다고 한다면 실망이 크겠죠.
▷ 한수진/사회자:
어떤 구체적인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조금 모호한 표현을 해서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있을까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글쎄요, 가령 예를 들어서 중국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정책 목표이거든요.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것도 가장 중요한 목표이고. 그리고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자는 게 중국의 기본 입장인데. 이 3가지 기본 원칙은 양보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조금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3개를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6자회담 같은 데 전향적으로 나가면서 대화를 국면을 열고,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대화 국면을 우리 스스로가 열어나간다고 하면 오히려 중국하고 대화하기가 훨씬 쉽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 방한을 통해서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가시적인 합의가 가능한 내용은 뭐가 될까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가령, 오늘 일본이 결국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서 내각 결의를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한중간 공동 대응을 한다든가. 그냥 한중 FTA를 2015년에 타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만약 시진핑 주석이 오게 되면 금년에 타결 같은 것에 대한 합의 같은 것도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한국과 중국 사이 상당히 민감 부분에 경제 협력이 상당히 가시화 되고 있는데, 이런 것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가도 논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그 다음 한중 양국 간 인문유대 강화라고 하는 문제, 특히 작년 6월 박근혜 대통령께서 중국 방문했을 때 제기했던 문제인데 이런 것들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보고요.
그러나 북한 핵문제라든가, 남북한 관계의 전반적인 개선 문제라든가, 또는 지금 중국이 희망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신 아시아 안보 개념과 우리 박근헤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 상당히 유사점이 있으니까 이점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자, 이렇게 하는데. 이 부분도 쉽지 않겠죠. 왜냐하면 그것은 결국에 동맹이냐, 중국과의 다자안보 협력이냐, 이런 양자택일 문제로 갈 수가 있어 어렵기 때문에 이 3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외교적 타결을 보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한중 경제협력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에 대해서 미국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렇죠. 가령 예를 들어서 중국 측에서 우리에게 제안해온 것은 아시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은행을 만드는 제안을 하면서 한국 참여를 원했는데, 한국은 사실상 그거 뭐 참여 안 할 이유는 없겠는데, 미국 측에서 이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기 때문에 이것도 가입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결국 한중, 한미 간 묘한 갈등 관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TPP(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라는 것도 사실은 경제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를 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죠?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처음에는 TPP를 그렇게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최근에 중국 내에서도 ‘TPP 가입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미국도 TPP라고 하는 것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 그것을 그렇게 대립적 구도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러나 이번에 중국에서 제기했던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쳐 은행 구축하는 문제 같은데, 이런 것에 대해서 미국이 명시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 같은 경우는 우리 한국의 어려운 입장을 잘 반영해주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근혜 정부의 등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요. 교수님, 이런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제 목소리를 내고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요?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이 되면요. 결국 우리가 미국에 대한 동맹의존도도 줄일 수 있고, 중국하고도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반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남북한 관계가 개선이 되고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우선 완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두 번째는 우리 대통령께서도 이제 분명히 입장을 표명해주셔야 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이라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다자안보 협력체제를 향해 간다는 건데, 상당히 좋은 구상이거든요. 그런데 이것하고 한미동맹이라고 하는 것 사이에 일종의 마찰 국면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대해서 보다 아주 심도 깊은 정책 접근적 성찰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보여 집니다. 결국 균형외교를 어떻게 잘 하느냐 하는데,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