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 형제 "엄마 목에 금메달을"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얍", "얍" 21일(현지시간)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대학 체육캠퍼스 스포츠센터에서 하얀 도복차림의 흑인 태권도 선수들이 발차기에 여념이 없다.

무리 없이 쭉쭉 올라가는 앞차기 기술이 흑인의 유연성을 실감케 한다.

오는 7월 11일 한국 경주서 열리는 코리아 국제태권도대회에 출전하는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 4명이 한국인 조정현(44) 감독의 지도 아래 막바지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58㎏급 레세고 마포야니(20·프리토리아大 체육대학 스포츠사이언스과 1) 선수와 63㎏급 케고무디츠웨 코넬리우스 마포야니(16·큐웨나트라스고교 1) 선수는 남아공 태권도 사상 첫 형제 국가대표선수로 오는 26일 나란히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형 마포야니가 태권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한국의 원불교 산하 '아프리카어린이 돕는 모임'이 2002년 프리토리아에서 차로 1시간 반가량 달려야 하는 시골 노스웨스트 주 라모코카에 다목적홀 원광센터를 설립, 마을 청소년들에게 태권도·컴퓨터 등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

이 동네 개구장이로 무도에 관심이 많던 형은 원광센터를 드나들다 2005년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동생도 도복을 입고 발차기를 하는 형이 멋져 보여 이듬해부터 같이 태권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다른 무도에 없는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발차기 기술에 반했다"는 형 마포야니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태권도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서 파견된 조 감독의 노력으로 2007년 프리토리아대학 부설 스포츠아카데미(체육고등학교)에 태권도과정이 개설되면서 형은 전액 정부장학금으로 이 학교에 입학, 2007년 고1 때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현재는 시니어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 아버지가 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38)가 시골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길거리에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끝까지 태권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광고
광고 영역

그러나 형 마포야니와 함께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했던 선수 가운데 4명이 생계문제로 중도에 하차하면서 태권도과정도 폐지돼 조 감독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조감독은 형 마포야니에 대해 "못 차는 발차기가 없다"며 발차기 기술을 특히 칭찬했다.

또한 형제가 늘 입버릇처럼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 고생하며 키워주신 어머니께 바치고 싶다"고 말한다고 효성을 귀띔했다.

형을 따라다니던 동생도 지난해 3월 남아공 청소년대표 겸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조 감독은 "주니어 때부터 기량이 좋고 키가 커 눈여겨봐 왔는데 지방대회와 국내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면서 "서로 닮지 않아 형제인 줄 몰랐는데, 선발된 후 성이 같아 물어봤더니 친형제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 감독은 "동생 마포야니는 지난 3월 경험부족으로 대만 청소년올림픽선발전에서 많이 맞았지만, 순발력과 탄력 등 감각이 있어 지난 5월 보츠와나서 열린 유스아프리카게임에서는 16강전에서 1점차로 질 정도로 크게 좋아졌다"며 경주대회에 기대를 걸었다.

동생 마포야니는 "태권도를 한 뒤 친구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태권도 정신을 배우고 나서 나도 친구들을 존경하게 됐다"며 "태권도는 나의 인생"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그는 "법률가나 언론인이 되고 싶다"면서 "돈을 벌면 어렵게 태권도를 하는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형은 전지훈련과 해마다 춘천과 경주서 번갈아 가며 열리는 국제태권도대회 참가차 2011년부터 3차례 한국을 다녀왔고 동생도 지난 3월 전지훈련차 성남 풍생고를 다녀왔으나 형제가 한국을 동시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형 마포야니는 "풍생고 태권도팀과 양평에서 이틀간 야영했던 것이 좋았다"며 "그때 사귄 한국 친구들과 지금도 페이스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맛있었던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형은 "닭갈비·짜장면·돈까스", 동생은 "라면·김치"라고 서툰 한국말로 소개하며 웃어보였다.

10여년 째 남아공서 태권도 보급에 앞장서는 조 감독은 "지금까지 선수들 앞에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태권도를 해 나가는 선수들이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