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기만 해도 완전한 줄기세포처럼 분화할 수 있다!"
‘과학계의 상식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 초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pluripotency) 세포’,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이 논문이 날조 의혹과 논문 조사 끝에 결국 자진 철회에 들어간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논문의 제1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30세) 연구주임을 비롯한 교신저자 3명이 ‘네이처(Nature)’에 실린 STAP 세포 관련 논문 2편 중 1편을 스스로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6일 네이처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말 ‘네이처’에 실렸던 이 논문은 STAP 세포가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숱한 의심과 비판에 시달려 온 연구자들이 결국 STAP 세포의 분화능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셈입니다. 기자회견을 열어 눈물까지 흘리며 ‘믿어달라’던 오보카타 주임의 읍소도 진정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오보카타 주임은 연구 전체가 날조라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일반인이 믿을 수 있도록 신만능세포의 상세한 제작법을 공개하는 것은 끝까지 거부했던 인물입니다. 이화학연구소가 논문 조사에 들어간 뒤에도 줄곧 논문 철회를 반대해 왔습니다. 지난달 12일에도 대리인인 변호사를 통해 연구소 측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연구성과가 없던 것이 돼 버린다’며 논문 철회 의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심경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화학연구소 관계자는 ‘논문의 제1저자는 오보카타 주임이지만, 교신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 일본 야마나시대 교수가 사실상 연구를 주도했다’며 철회를 강력히 주장해 온 와카야마 교수의 주장을 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와카야마 교수는 지난 3월부터 논문 철회를 주장해 왔습니다.
‘네이처’에 실린 논문은 저자가 모두 동의해야만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처리가 미뤄져 왔지만, 이화학연구소 측의 발표가 나온 이상 논문 철회는 곧 기정사실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오보카타 주임은 ‘네이처’에 실린 또 다른 논문 한 편은 끝까지 철회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을 통해 STAP 세포를 만드는 과정이 포함된 것으로, 오보카타 주임 본인은 끝까지 상세한 제작법 공개를 거부해 왔습니다. 이미 연구성과가 없던 것으로 돼 버렸는데, 왜 굳이 다른 논문 한 편을 철회하지 않는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본인이 ‘STAP 줄기세포가 적어도 10개 현존하고 있다’, ‘자신 말고도 STAP 세포를 만든 사람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통해 끝까지 ‘세포의 제작법’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것에 미루어 볼 때, 아마 본인은 정말로 STAP 세포가 존재하며, 그동안 지적돼 온 ‘조작’은 ‘악의 없는 단순 실수’라고 굳게 믿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오보카타 주임의 주장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의 논문에 나온 방법에 따라 STAP 세포를 재현했다는 보고가 세계 어디에서도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란 겁니다. 따라서 그 ‘제작 방법’이 소개된 논문 역시 철회돼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저자들에게는 남은 한 편의 논문도 철회하라는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학연구소 측도 이런 사실을 공개했지만, 보다 엄밀한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오보카타 주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저자들을 중심으로 약 1년간 재현 실험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전문가가 한 목소리로 ‘가짜’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만은 끝까지 ‘진짜’라고 주장하는 이 구도는 몇 년 전 국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황우석 박사 사건과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진짜 줄기세포다’,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우연이다’... 양측의 주장은 지금도 대립각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과학적 진실은 절대 다수결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틀렸다’고 비난하던 학설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보란 듯이 진실로 입증된 사례는 과학 사상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구나 과학자라면 자신의 연구 성과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사태는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경험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어할 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차 검증입니다.
지난 달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소속 연구원 3천 명 전원의 논문을 자체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연구원 전원이 각자 쓴 논문에 데이터 짜깁기나 표절 같은 부정이 있었는지 스스로 점검할 것을 지난달 25일 전 연구원에게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그동안 음지에서 자행된 연구 부정이 일소될 거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도쿄대 가미 마사히로 교수는 이 조치를 “연구부정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로 평가할 수 있지만 자체 점검은 느슨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지적했습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원들이 비판적으로 검증에 참여하는 교차 검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