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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예프 시위대 "혁명 아직 안끝나"

시민들 "대선, 정국 안정 계기 되길…몇 개월 혼란에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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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 대체로 평온…동부 지역은 투표방해로 긴장 고조

조기 대선을 하루 앞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선 의외로 평온한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었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던 몇 개월 전 유혈충돌의 혼란은 대체로 가라앉은 듯했다.

총성과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는 동부와는 대조적이었다.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모든 선거운동이 전면 금지되는 '정적의 날'을 맞은 24일(현지시간) 키예프 시내에선 선거 운동 열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선거 포스터, 현수막, 광고물 등도 모두 철거되거나 수거됐다. 집회나 시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가족들과 평화로운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현지 택시기사 세르게이는 "선거 운동 기간에도 키예프에선 별다른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며 "대다수 시민은 하루 빨리 혼란 상황이 지나가고 안정이 되찾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혁명의 중심지였던 시내 최고 중심가 '마이단 네자레쥬노스티'(독립광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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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광장을 따라 아직도 수십 채의 천막이 여전히 진을 치고 있고 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폐타이어와 보도블록, 목재 등을 쌓아올려 만든 바리케이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정 사진을 걸어 놓은 추모대도 여기저기 차려져 있었다.

천막 안과 밖에선 각양각색의 군복을 입은 '혁명가'들이 지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광장을 에워싼 고층 건물이 불에 그을린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이단'에서 만난 서부 도시 로브노 출신의 시위대 지도자 레오니트 자크루제프스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키예프로 올라와 광장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중의 뜻을 헤아리는 진정한 대통령이 들어서기 전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직도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며 "내일 대선에서 새로 뽑힐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나갈지를 마이단 시위대는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번 대선이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광장 주변의 한 간이매점에서 일하는 여종업원 릴리야는 "대선이 끝나면 광장도 정리되고 시위대도 떠나길 바란다"며 "이제 시민들도 지쳤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다음날 선거에서 정권 교체 혁명을 지원한 재벌 기업가 출신 정치인 페트로 포로셴코(48)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여러 여론 조사 결과 지지율에서 16명의 다른 후보들과 압도적 차이를 보인 포로셴코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반응이었다.

키예프 국립필하모니에서 플루트 연주가로 일한다는 이고리 투튜닉은 "유럽화를 지지하고 유럽식 개혁을 약속한 포로셴코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적이 없는 러시아와는 담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도 가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우크라이나인들의 기대를 불구하고 이번 대선이 반년 가까이 계속된 우크라이나의 정국 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지는 불분명해 보인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은 이 같은 기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자체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포한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는 당장 대선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다.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역내 대다수 지역 선관위 사무실들을 점거하고 투표 저지에 나섰다.

일부 분리주의자들은 투표소에 나오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키예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실장 콘스탄틴 히브렌코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34개 선거구 가운데 20개가 분리주의자들에 점거됐다"며 "무장한 민병대원들이 선관위 건물에 난입해 위원들을 쫓아내고 컴퓨터와 직인 등을 탈취했다"고 전했다.

히브렌코는 그러면서 "선관위가 권력기관과 힘을 합쳐 두 지역에서 어떻게든 선거를 치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분리주의자들이 주민투표 후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지도부는 이날 두 공화국을 '노보로시야'란 단일 국가로 통합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연대 분리주의 운동을 펴나가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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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도네츠크주 민선 주지사 파벨 구바례프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의회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선 이후 들어설 정부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지역 공화국들의 독립을 인정할 때만 우리도 새 중앙정부를 인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대선이 오랜 혼란을 진정시킬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선거 이후 곧바로 평화가 찾아오길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키예프<우크라이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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