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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에쿠니 가오리 "눈물보다 중요한 건, 울 수 있는 시간과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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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에쿠니 가오리 작가

▷ 한수진/사회자:

SBS가 주최한 서울 디지털 포럼, SDF가 “혁신적 지혜-기술에서 공공선을 찾다”라는 주제로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열렸습니다. 세계적인 명사들이 함께 했는데요.< SBS전망대>도 이 SDF에 참여한 명사들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날 분은요, 일본을 대표하는 감성 작가시죠. 에쿠니 가오리 씨인데요.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도쿄타워>, <반짝반짝 빛나는> 등 수많은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었고요. 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아주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오늘 직접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에쿠니 가오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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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한국을 처음 찾으셨는데요, 어떠십니까, 한국에 다시 오셨는데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은 제가 3월 달에 한국에 왔고요, 한 달 만에 다시 방문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때는 어떤 일로 한국에 오셨나요?

▶ 에쿠니 가오리:

밥을 먹기 위해서 혼자 여행 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웃음) 아, 그래요. 한국 음식 좋아하나보죠?

▶ 에쿠니 가오리:

네, 좋아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어떤 음식 좋아하는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 에쿠니 가오리:

한국 요리는 맛있는 게 굉장히 많기 때문에 제가 고민이 많이 되는데요. 삼겹살 가장 좋아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의 작품이 한국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참 많은데 말이죠. 지난 해 말에도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 이 두 권의 에세이 책이 출간이 되었고 역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선생님 작품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 뭐라고 생각하세요?

▶ 에쿠니 가오리: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마 번역이 잘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분들이 굉장히 말, 언어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고 잘 반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워낙에 반응이 좋은 분들이기 때문에 굳이 저라서가 아니라 해외 어느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열심히, 열렬히 반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겸손의 말씀이신 것 같고요. 이번에 SDF에서 “성공하는 이야기의 공식”이라는 주제로 한국 팬들을 만나셨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 에쿠니 가오리:

공식 밖에 문학이 있다, 라는 것을 저는 전하고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멋진 말인데요, 어떤 뜻인가요?

▶ 에쿠니 가오리:

사물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의심하면서 바라봐라, 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서 보다 더 자유로워도 괜찮다, 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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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요즘 좋은 이야기, 특히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이야기는 어떤 건지 궁금한데요?

▶ 에쿠니 가오리: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좋다’라는 것은 직접 1대 1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이는 것이고 많이 팔려서 읽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1대 1의 미디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독서라는 행위 자체는 매우 개인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이거는 다시 한 번 여쭈어봐야 할 것 같은데 아까 늘 새롭게 생각하라, 이런 말씀하셨고 틀에 박히지 말고 자유롭게 사고하라, 이런 말씀하셨잖아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신지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여쭈어보고 싶은데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비결이나 비법은 없고요. 저는 틀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모르기 때문에 틀 안에 들어갈 수도, 갇힐 수도 없는 거죠. 저는 정보에 대해 자체를 의심하는 편입니다. 평소에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하고 있지 않고요. 신문도 보지 않고 TV도 보고 있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신문도 TV도 안 하시고요, 인터넷도 안 하시나요?

▶ 에쿠니 가오리:

네.

▷ 한수진/사회자:

작품을 쓰실 때는 컴퓨터를 쓰고 계시지 않나요?

▶ 에쿠니 가오리:

사용하지 않고 원고지에 제가 손으로 핸드 라이팅 하고 있습니다. 반은 제가 자유롭고 싶기 때문에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거고요. 나머지 반의 이유는 단순히 제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겁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선생님께서 그 많은 작품을 일일이 다 손으로 쓰셨다고 하니까 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요, 20대를 3포족이라고 하거든요.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다는 건데 일본은 그런 면에서 어떤가요?

▶ 에쿠니 가오리:

3포족이라는 단어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운 단어인데요. 이 용어를 일본에서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표현인 것 같고요. 어느 시대에나 젊은이에 대해서 세 가지 뭐, 세 가지 어떠어떠한 것 이라는 말은 항상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도 3포족이라는 말은 없지만 실제로 결혼하는 사람, 출산하는 사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청춘들의 어떤 불안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공통된 고민인 것 같고요. 같은 불안인 것 같은데, 이런 청춘들에게 어떤 위로를 선생님께서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저는 뭐 위로를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청춘들은 위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위로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께서는 청춘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한데요.

▶ 에쿠니 가오리:

저는 그냥 멍한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일본 시대는 굉장히 활발했고 그야말로 거품 경제라고 불리고 있는 시대라서 친구들은 디스코에 간다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즐긴다거나 했는데요. 저는 남자친구도 없었고 춤도 못 췄고 그냥 책만 읽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힘듦’ 이라고 하는 것도 나중에 보면 참 곱씹어볼만한 거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힘들 때 그 힘듦을 충분히 맛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힘든 시간도 나중에 다 힘이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 에쿠니 가오리:

그리고 물론 힘든 게 나중에 힘이 되기도 하지만, 힘든 게 나중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본인 스스로가 바꾸어나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 이 두 권의 에세이가 지난 해 말 국내에서 출간이 되었는데요.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우는 어른으로 성장하셨던데 눈물, 많이 흘려야 좋은 건가요?

▶ 에쿠니 가오리:

눈물은 흘려도 안 흘려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상관이 없다. 저는 확 울어야지, 시원해지던데(웃음)

▶ 에쿠니 가오리:

그런 분들은 막 우시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근데 어릴 적부터 잘 안 우셨다는데 어른스러운 것을 좋아하셨다고 이렇게 글에 쓰여 있습니다. 왜 어른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어릴 때 이야기라서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 제가 어른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울 수 있는 어른이 건강한 거죠?

▶ 에쿠니 가오리:

네, 울 수 있는 어른이 실제로 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별개로 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요. 연인의 품에서 울 수도 있고 특정한 장소, 거기가 어디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울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굉장히 건강한 일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는, 이 전에 방문하셨을 때와 심정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말이죠. 지난 4월 16일,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되었고 한국은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 혹시 알고 계시는지, 알고 계시다면 어떤 위로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었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위로 말씀을 드릴 수는, 드리기도 참 힘든 상황입니다. 말을 못할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그 말씀에서 큰마음이 느껴지는데 말이죠. 일본도 동일본 대지진 같은 큰 재난을 겪지 않았습니까. 그 때 이겨내는 힘이 뭐였을까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아직 극복했다거나 이겨냈다고는 말씀 드릴 수 없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앞쪽, 앞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진행을 해나가는 게 뭐랄까, 원동력은 아마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부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의 여객선 사고도 그랬고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같은 경우도 그랬는데요. 한 사건을 통해서 순식간에 소중한 사람, 목숨, 그리고 집 등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발생을 하더라도 한 사람의 기억과 자부심은 잃어버리지 않을 거고 누구도 빼앗을 수가 없고 마지막까지 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꼭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는데요. 사실 앞을 보고 가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라고는 제가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극복한다, 이겨냈다, 라고 하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났을 때 그것을 내가 극복했다, 이겨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기억, 추억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참고 이겨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참고 이겨내면서 시간을 보냈을 때 나중에 이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겨낼 수 있었다, 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요즘 보면 일본에서 반한시위도 종종 열리고 있고요. 아베 정권 이후에 한국과 일본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느낌인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 에쿠니 가오리:

사실 저는 뉴스를 잘 안보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요. 친구를 통해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물론 혐한, 반한 이런 말들은 존재하는데 정말로 한국사람 중에 ‘나는 일본이 싫어’ 라는 사람이 2~3년 전에 비해서 늘었을까, 또는 일본 사람들 중에서 ‘나는 한국이 싫어’ 라는 사람이 2~3년 전에 비해서 정말로 늘었을가, 저는 그것에 대해서는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의 의심이 맞기를 바라고요, 저희도 그렇게 생각을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어야죠. 자, 책으로만 만났던 한국 독자 분들이 오늘 선생님, 목소리로, 인터뷰로 만날 수 있어서 참 반가워하셨을 것 같은데요. 못 다한 말씀 있으시다면 끝 인사 한 말씀 해주시죠.

▶ 에쿠니 가오리:

저를 포함한 많은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지금은 좋은 시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은 책 속에 들어간다, 그리고 책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또 다시 책 안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오늘 만남, 정말 감사합니다.

▶ 에쿠니 가오리: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서울 디지털 포럼을 빛내주신 일본의 대표 감성 작가, 에쿠니 가오리 씨와 함께 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이죠. 냉정과 열정사이가 영화화 되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는데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주제곡 들으시면서 에쿠니 가오리 씨와의 인터뷰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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