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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외면하는 반값 정부양곡…'불편한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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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소득층에 판매가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하는 정부양곡(공공비축미)이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수분함량이 일반 쌀보다 낮아 맛이 좋지 않은 데다 훈증소독하는 데 쓰는 약품이 인체에 해롭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제주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2천387가구와 차상위계층은 589가구 등 2천976 가구만 정부양곡(총 구입량 20㎏들이 1만6천127포대)을 사 먹었습니다.

정부양곡 지원 대상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 7천600여 가구와 차상위계층 6천100여 가구 등 총 1만3천700여 가구의 22% 수준만이 정부양곡을 구입한 셈입니다.

제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이 쌀 구입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줄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년도에 사들인 정부미를 50% 싼값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예산은 정부가 80%, 지방자치단체가 20%를 부담합니다.

정부미 20㎏들이 1포대를 사면 판매가 4만5천890원 중 50%인 2만2천990원과 배달료 1포당 2천700원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지원 기준은 1인 월 10㎏으로, 1인 가구는 20㎏들이 1포대를 격월로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2∼3인 가구는 매월 20㎏ 1포대, 4인 이상 가구는 월 20㎏ 2포대를 각각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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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정부양곡을 사고 싶은 저소득층이 주소지 읍·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에서 매달 15일까지 신청하면 같은 달 21일부터 말일 사이에 가정까지 배달해 줍니다.

대상자는 연중 언제든지 신청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싼 값에 정부양곡을 살 수 있는데도 저소득층이 정부양곡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뭘까? 20년 이상 쌀 주산지의 J농협에서 쌀 유통을 담당해온 L상무는 정부양곡이 일반미와 비교해 맛이 없다는 점을 손꼽았습니다.

정부가 여름 장마철 등에 벼가 변질되거나 썩어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분함량이 15% 이하인 벼만 공공비축미로 사들여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양곡 매입과 검사를 담당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수분함량이 13.0∼15.0% 사이의 벼만 수매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밥맛이 좋은 쌀의 수분함량이 15.5∼16%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비축미로 지은 밥은 맛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농협은 말리지 않은 벼를 수매해서 자체적으로 수분함량이 15.5∼16%가 되도록 말려서 보유하고 있다가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대형 사일로에서 계속 섞어주며 수분함량이 유지되도록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민들이 공공비축미로 팔 벼를 직접 건조하면서 보통의 건조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빨리 건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농협 등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좋은 품질의 쌀을 얻으려고 보통 40∼45도에서 서서히 말리지만 어떤 농민은 건조온도를 그보다 훨씬 높은 60도까지도 올린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소독하는 과정에서 수분함량이 더욱 낮아지는 것도 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입니다.

쥐나 바구미 등 해충을 없애기 위해 공공비축미 창고의 문을 완전히 밀폐해서 고독성 농약인 에피흄(알루미늄 포스파이드)으로 훈증 소독하는데 이때 벼의 수분함량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훈증 소독을 하면 벼의 수분함량이 13∼14% 대로 더 떨어져 일반미보다 수분함량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L상무는 "같은 해에 생산된 쌀이라도 건조가 많이 되면 될수록 밥맛은 더욱더 떨어진다"고 귀띔했습니다.

쌀의 수분함량과 더불어 고독성 훈증 소독약품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남아 있는 점도 정부양곡이 저소득층에게 외면당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양곡 보관과 유통 관리를 담당하는 농정과 공무원들은 "정부양곡은 값이 싸 질이 떨어진다는 선입관 때문에 저소득층이 구입을 꺼리고 있다"며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중에서 사먹는 쌀이나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정부양곡이나 똑같은 2013년산이어서 별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최문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공공비축업무담당은 "식품 학자들도 쌀의 수분함량이 16% 정도일 때 밥맛이 가장 좋다고 한다"며 쌀의 수분함량이 밥맛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다만 "훈증 소독을 하고 나서 공공비축미 온도와 수분을 조사해봤지만 수분함량이 더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에피흄은 휘발성이 강해 일주일 동안 훈증 소독 후 3시간 이상 환기하면 양곡에 거의 잔류하지 않고 맛이나 향기·영양 등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일본처럼 일반창고가 아닌 저온저장창고에 쌀을 보관하는 등 저소득층이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있도록 정부양곡의 매입과 관리, 유통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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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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