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대표적인 '총기 청정국'입니다. 어쩌다 야쿠자들이 총격전을 벌였다는 뉴스가 나오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오늘 일본 열도를 뒤흔든 게 바로 '3D 권총'뉴스였습니다.
지난달 12일 오전, 일본 가나가와현 경찰은 한 공과대학 교직원 27살 이무라 요시토모씨를 총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체포 당시 그의 집에선 3D 프린터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수지 재질의 권총 5개가 발견됐습니다. 일본에서 3D 프린터 권총이 발각된 것은 처음입니다. 이 남성은 "경찰이 권총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며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한 결과, 권총 가운데 2정은 실탄 발사가 가능했고 살상 능력이 있다고 판명됐습니다. 합판 10개를 뚫을 수 있는 정도, 총기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발사력의 5배 정도의 강력한 권총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실탄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총기관련 동영상 사이트에 총을 발사하는 모습을 실었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 이 사이트에서는 3D 프린터와 총의 설계도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의자 이무라는 기술고등학교에서 선반 가공기술을 배웠고, 관련 면허를 땄고, 또 총을 만들기 위한 3D 프린터도 직접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무라는 또 사이트에 '권총 예찬론'을 가득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총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다" "총은 모두의 힘을 평등하게 해 주는 것"... 이런 식으로 말이죠. 한마디로 총에 대한 예찬론자였습니다. 그래서 체포됐을 때 자기가 만든 총을 경찰이 '총'이라고 인정해 준 것을 오히려 고맙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교롭게도 정확히 1년전, 2013년 5월 7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3D 권총발사 성공 사실이 해외토픽으로 전해진 일이 있습니다. 국내 모든 매체에서도 다뤘습니다. 당시 이 프린터는 8백만원 선이고, 이베이에서 팔린다는 소식과 함께 총기 남용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찬반 대립 뉴스도 보도됐습니다.
대책은 있을까요? 당장 인터넷을 단속할 수 있습니다. 설계도 게시를 규제하는 거죠. 프린팅에 쓰이는 수지, 즉 플라스틱 재질을 열에 약한 것으로 엄격히 제한할 수 있습니다. 쉽게 녹아버리게 말이죠. 그러나 미봉책입니다. 마음 먹고 만드는 건 당해낼 수 없습니다. 기술은 한 번 개발되면 뒤로 돌릴 수 없습니다. 3D 프린터까지 직접 만들어 낼 정도입니다.
'총' 없어진다고 '살인'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총'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살인'이란 범죄가 늘어날 개연성은 충분합니다. 총기의 위험성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끊임없는 교육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실제 3D 권총이 발견된 일본 열도가 오늘 하루종일 이 뉴스로 들썩인 이유입니다. 가까이 있는 우리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