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 한수진/사회자:
엊그제 5월 5일 어린이 날이었죠. 젊은 엄마 아빠 200여명이 유모차를 이끌고 북적이는 도심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특별한 유모차 부대는 침묵 속에 행진을 이어나갔고요. 피켓에 적힌 구호 또한 요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켜보던 이들에게 던져준 울림만큼은 커보였는데요. 젊은 엄마들은 왜 젖먹이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을까요. 맨 처음 젊은 엄마들에게 유모차 침묵 행진을 제안했던 전주영 씨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주 뜻 깊은 행사를 벌이셨던데요. 장소가 어디였습니까?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저는 4월 30일 강남역에서 이 시위를 처음 주최했고요. 그리고 5월 5일에는 이 시위를 보고 용기를 얻으신 다른 분이 홍대에서 5월 5일 날 주최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벌써 2차례나 시위가 있었네요. 그럼 많이들 모이셨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처음 4월 30일 강남역에서 주최했을 때는 어머니들이 한 100분? 아기 포함하면 100명 넘었을 거예요. 5월 5일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언론에서 많이 나갔잖아요. 그걸 보고 어머님들이 용기를 얻으셔서 200분 넘게 오셨던 것으로 대충 추정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이들 오셨네요. 서울에 계신 분들이 이렇게 뜻을 같이해주신 거네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부산에서 올라오신 분도 계셨어요.
▷ 한수진/사회자:
부산에서, 그 멀리서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분도 계셨군요. 그러면 전주영 씨도 아이를 데리고 나왔나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네, 그렇죠. 4월 30일에는 평일이라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가 직접 아이와 함께 했고 5월 5일 같은 경우는 남편과 함께, 저는 진행 좀 도와드리려고 함께 참여하러 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만 20개월 되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이 많은 젊은 엄마들하고 유모차 이끌고 무얼 하셨습니까?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저희가 이제 하고 싶은 말들이 있잖아요. 이 사건을 보면서 부모로서 느끼는 슬픔이나 그리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 아니에요. 그리고 실종자 분들이 어쨌든 다들 유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이런 말들을 각자 피켓에 적어 오시라고 제가 부탁을 드렸었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그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을 하신 건가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네.
▷ 한수진/사회자:
구호도 외치고 그러셨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아니오, 저희는 구호는 외치지 않고 침묵시위로 진행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지켜보시던 분들도 많이 계셨을 텐데 어떤 반응 보이시던가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계셨어요. 언론으로 접하고 나서 용기를 얻으셨다는 분도 많이 계시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이제 자기 아이를 위해서라도 침묵하고 있지 않겠다, 그리고 실천을 하겠다, 라고 저한테 연락을 주신 분들도 꽤 계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침묵하고 있지 않겠다. 애초에 이 유모차 침묵 행진을 생각해내신 분이 전주영 씨잖아요. 바로 또 그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네, 그렇죠. 이게 예전에 성수대교나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재로 인한 참사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게 왜 일어 났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우리 사회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생겨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사고들이 5년, 10년 뒤 우리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뭐라도 해서 정말 말을 해야 되겠다, 밖에서 내 의견을 표출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의 무관심이 계속되는 사고를 막지 못한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셨다는 거군요. 더구나 엄마라는 입장에서 더 각별한 심정이 되셨을 것 같아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그렇죠. 엄마가 되고 나서 제 인생은 정말 180도 바뀌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엄마의 마음으로 보는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에는 정말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유가족 분들은 오죽하시겠어요. 그래서 정말 뭐라도 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사고 나서 슬퍼하시는 분들도 남의 집 이야기 같지가 않죠. 남의 집 이야기도 아니고, 남의 아들, 남의 딸 같지가 않을 겁니다. 그런데요, 혹시 워낙 이런 사회적인 문제나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거나 그런 분이셨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아니오, 저는 이 일이 있기 전까지는 정말 평범한 주부였고 지금도 평범한 주부예요. 제가 시민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 한수진/사회자:
이런 시위를 하면, 저 사람 또 뭐 있는 것 아냐? 다른 뜻 있는 것 아냐?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죠?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네, 유모차 끌고 왜 나오느냐, 그런 식으로.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최근에 인터뷰를 하고 그리고 이제 주목을 받다보니,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아니냐, 라는 오해도 받고 있는데요. 저는 그런 것 절대 아니고, 저희 참여하시는 어머니들도 대부분 아이 엄마, 어린아이부터 조금 큰 아이까지 다 그냥 아이 엄마 분들이세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집회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가서 신고도 하고 그래야 하잖아요. 준비하는 것 어렵지 않았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이게 제일 중요한데요. 이게 아이 안전이 같이 포함되어 있는 거라서 정확히 집회 신고를 하고 안전하게 진행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찰서에 가보니까, 저는 이게 허가제인줄 알았는데요, 신고제이더라고요. 집회를 하기 48시간 전에 신고를 하면 돼요. 그래서 이 부분을 많은 어머니들이 아 그런 거였냐, 라고 해주시고 그래서 오늘 같은 경우도 3차 릴레이 시위와 4차 릴레이 시위가 신림역과 남양주에서 진행이 된다고 저도 들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계속 시위가 진행이 되는 거군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엄마라서 말 할 수 있다’, 라는 타이틀로 어머님들이 뉴스를 보시고, 저를 통해서가 아니라 각자 지역 커뮤니티에서, 우리도 해보는 건 어떨까? 시위 어려운 것 아니더라, 집회 신고 경찰서 가서 하면 된다, 라는 것을 알고 진행을 해주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자발적으로 각 지역 곳곳에서 이런 시위가 릴레이로 벌어지고 있네요. 오늘은 남양주에서 있다고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남양주와 신림에서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셨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 한수진/사회자:
아까 종이에 엄마들이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적어와라,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우리 아이랑 대한민국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이런 안전에 대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았죠. 실종자분들이 사망자로 다들 돌아오셨는데 거기에 대한 애도, 슬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 그리고 진실을 규명해 달라,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루었죠.
▷ 한수진/사회자:
전주영 씨는 어떤 말 써놓으셨어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저는, ‘질책이 아닌 대책을 원한다’, 라고 썼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뜻인가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사실 이게 초반에, 대책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왔다면 개인적으로 돈을 아끼지 말고 무조건 사람을 구해라, 라는 어떤 정확한 지시나 대책이 있었다면 혼선이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대책을 마련해주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렇게 썼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좋은 말씀이에요. 사실 이번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부모님들 중 한 분도 이런 말씀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또 잊혀지겠죠..’
이 사고가 잊혀지면 우리는 다시 또 불안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데 말이죠.
말씀대로 제대로 된 대책이 꼭 나와야 될 것 같고요. 또 이번 사고 잊혀지지 않으려면, 우리 아이 안전하게 키울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좀 필요할까요?
▶ 강남역 유모차 행진 제안한 전주영 씨
제가 그래서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저희가 이것만 딱 적고 끝내지 않으려고 엄마들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었어요. 우리 엄마들이 이제 앞으로 사회 문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동을 하자, 제안을 드렸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님들이 어제 하루 동안 100분 정도가 가입을 하셨어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좀 더 공부하고 어떤 사회적인 문제, 어린이집 안전 대피 시스템이나 초등학교에서 적어도 한 학기에 한 번씩 크게 하는 안전 교육이라든가..
▷ 한수진/사회자:
소소한 일상에서의 부분도, 안전도 잘 챙기자, 이런 말씀으로 저희가 정리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전주영 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