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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안타깝고, 힘들지만…"그래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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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지 오늘(5일)로 20일째.

실낱같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시신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초조감에 단 몇 시간도 잠을 이룰 수 없는 실종자 가족들.

짧게는 4∼5일, 길게는 보름 이상씩 묵묵히 실종자 가족, 구조대원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

실종자를 가족의 품에 안겨주겠다는 일념으로 거친 바닷속을 오늘도 서슴없이 뛰어드는 잠수사들.

기약 없는 기다림의 나날이 고통스럽지만 서로가 아픔을 보듬고 도닥이며 오늘 하루를 함께 이겨냅니다.

아침잠이 많은 딸의 등교 준비를 돕는 건 늘 전쟁이었습니다.

어린 애처럼 이불을 걷어차고 베개 밑에 머리를 파묻고는 세상 모르고 자던 딸.

여러 번 흔들어 깨우면 짜증을 내던 딸.

'아차, 정조 시간이 새벽 5시 16분이랬지….' 실종자 가족 김모(여)씨는 어제(4일) 새벽 소스라치듯 눈을 떴습니다.

지난밤 내 딸은 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엄마를 찾았을 것이라는 악몽 같은 현실로 다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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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김씨는 슬리퍼를 대충 신고 실종자 가족 대책본부 천막으로 향했으나 금세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새로시신이 수습된 6명의 희생자는 모두 남학생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 쓰러져 누웠습니다.

매일 오전 9시에 대책본부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해경 브리핑은 20여 분 만에 끝났습니다.

가족들은 '미개방 격실을 빨리 좀 열어달라', '한번 거쳐 간 곳도 다시 한번 봐 달라'는 호소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대책본부 안을 서성거리거나, 게시판에 붙은 사망자 수습 명단을 보며 절망하고, 부둣가 천막 뒤로 가서 혼자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하루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수습한 시신 중에 자식을 확인한 한 가족이 이불 꾸러미와 옷 가방을 양손에 들고 자원봉사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팽목항을 떠났습니다.

김씨는 사람들 눈을 피해 항구 오른편에 멀리 뻗어 있는 등대로 밑으로 가 난간을 붙잡고 흔들어대며 오열했습니다.

가족이 갖다 준 죽사발을 앞에 놓고 몇 숟갈 뜨다 말고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 하늘은 저렇게 푸르고 깨끗한데 가슴속은 먹구름만 짙게 드리워져 있을 뿐입니다.

오후 7시 대책본부에서는 열린 브리핑에서는 시신 유실 방지책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왠지 장황하게만 들렸습니다.

사고 해역의 날씨를 알려주는 안내문이 게시판에 붙었습니다.

또다시 시작된 기다림의 밤.

텐트 안에서 잠들다 깨기를 반복하다 찾아온 새벽, 실종자 가족들의 하루는 시작과 끝이 없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나흘 뒤인 지난달 19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자원봉사자 김모(52.여)씨.

김씨는 "미안해요, 더 해드릴 것이 없어 더 미안할 뿐이예요"라며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습니다.

보름 남짓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을 지키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정작 해드리는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다니던 교회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서 한걸음에 내달려 왔다는 김씨는 새벽 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3시, 집에서는 단잠에 빠져있을 시각이지만 김씨는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일으킵니다.

십 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순간,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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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메뉴는 닭곰탕.

어젯밤 대충은 준비해놨다곤 하지만 손이 가야 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김씨는 실종자 가족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요리, 배식, 설거지 등으로 나눠 일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쇠고기 무국과 육개장, 미역국 등 가급적 집에서 먹듯이 편안하게 하려고 합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가족들이 잠깐이나마 슬픔을 누그러뜨렸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차마 뭐라고 말씀도 못 드릴 정도로 낙담하신 분이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음식을 드리는 것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김 씨는 또 미안하다고 합니다.

배식 과정에서 김씨가 빠뜨리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더 필요한 것 있으세요? 구해 드릴게요"입니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하지 않느니만도 못하다고 생각해 절대 하지 않습니다.

수색구조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군인이나 봉사자 등을 위해 야식도 준비합니다.

매일 한 번꼴로 이뤄지는 잠수에 맞춰 하루 일과가 짜여지는 잠수사는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를 잊은 지 오래입니다.

그들에게는 '내일'이 아닌 '다음 잠수'가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새벽 4시 40분부터 시작된 잠수작업조에 편성돼 다른 팀원들과 함께 세월호 선체를 더듬다 7시 물 밖으로 나온 언딘 소속 민간잠수사 박명철(가명·39) 씨는 함께 수중으로 들어간 해경잠수사와 함께 잠수복을 벗자마자 컨테이너 박스로 향했습니다.

정조 시간 막판에 거센 조류를 헤집고 수중으로 나온 탓에 머릿속은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막 내린 듯한 어지럼증 탓에 지친 몸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얼핏 잠이 들었지만 오전 9시 30분 "밥 먹으라"는 소리에 눈곱도 못 떼고 잠수사들이 자던 컨테이너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잔뜩 흐린 하늘에 햇빛 한 줄기 비추지 않아 가뜩이나 차디찬 바닷바람이 오늘따라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고생한다며 자원봉사자들이 가져온 따뜻한 국과 밥이 눈앞에 차려졌지만, 목이 잠겨 채 몇 술을 못 뜨고 내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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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며칠째 갈증이 가시지 않습니다.

바지선 뒤에서 잠수장비를 매고 대기하는 다른 잠수팀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해군, 해경 잠수사와 선체 상황 정보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오후 정조 시간이 됐습니다.

박씨는 새벽 잠수를 한 뒤라서 쉬는 시간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잠수사 공기공급선을 끌어주고 잡아주는 '텐더'를 자청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새벽부터 시작되는 작업을 위해 좁디좁은 컨테이너 안 홑이불에 몸을 뉘여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어지러운 불빛과 요란한 소리에 잠을 깬 박씨는 또다시 차가운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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