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행범의 집행유예를 원천 차단하는 법안이 작년에 이어 또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을 잡혔다.
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일부개정안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보류됐다.
지난해 5월 의원 발의된 이 법안은 법사위원 일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채 올해로 넘어왔다.
다만 이번에는 법안이 법안소위로 넘겨지지 않고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되면서 다음 전체회의에서 통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음 전체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여전하면 올해에도 법안이 법안소위로 넘어갈 수 있어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은 19세 이상 성인이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강간이나 유사강간을 저질렀을 때 법정 최저형을 현행 징역 5년에서 7년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여가부와 시민단체 등은 미성년자 상대 성폭행범의 최저형량이 낮아 집행유예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지금은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형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어 최저형량을 2년6개월까지 낮출 수 있다.
3년 이하 징역·금고형에는 집행유예 처분이 가능하다.
최소한 자라나는 아동과 청소년만큼은 성범죄자로부터 보호하고, 면식범 비율이 높은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일정 기간 격리해야 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일부 법사위원은 판사 재량을 침해한다는 점, 형법상 살인죄도 최저형이 징역 5년인 점,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의 법정형 상한선을 무기징역으로 높인 개정 법률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 됐다는 점 등을 들어 아청법 개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가부는 법을 개정해도 판사 재량으로 3년6개월까지 형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살인죄 중 존속살해죄는 최저형이 7년으로 높다는 점, 2000년 아청법 제정 이후 법정형 하한을 손댄 적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법사위를 설득해 왔다.
아울러 지난해 제출된 법안은 가해자 연령대 구분없이 최저형을 낮추도록 했지만, 미성년 가해자에게는 교화의 여지를 둬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해 성인 가해자에 대해서만 최저형을 낮추도록 내용을 수정했다.
시민단체는 법안 통과가 보류되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아동 성폭력 및 아동학대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 전수진 대표는 "16세도 안 되는 아이들을 성폭행한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주고 활보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은지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며 "반대한 의원 명단을 파악해 지역구민들에게 알리고 반드시 법안이 통과되도록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