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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치 혀 잘못 놀렸다가…무너져 내린 'NBA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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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가 지금 떠들썩합니다. NBA(미국 프로농구)의 한 구단주가 한 인종 차별 발언 때문입니다. SBS를 통해 보도

(4월 29일 8뉴스)

됐습니다만, LA클리퍼스의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은 여자친구와 한 전화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냅니다.

여자친구와 전화통화 도중 그는 목청을 높이면서 “흑인들을 네 집안으로 끌어들이든지 말든지 그건 네 맘대로 하란 말이야. 하지만 적어도 광고하듯이 흑인들과 어울려 다니지는 마. 내 경기에 흑인들을 데려오지 말고….” 특히 이 여자친구가 SNS에 전설적인 농구스타 매직 존슨과 찍은 사진을 거론하면서 “네 SNS에서 그자의 사진을 지워버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나한테 전화하지 않도록 말이야. 그리고 경기장에 그 자를 끌고 오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인종 차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사회에서 스털링의 이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구단 소속 선수들이 경기 전에 유니폼을 벗어 던지는 시위를 벌였고,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그의 언급을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업들이 줄줄이 협찬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나섰고, 성난 클리퍼스 팬들이 경기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며 단단히 벼르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매직 존슨, 찰스 바클리 등 흑인 농구 스타들은 물론이고, 현재 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까지 나서서 장래에 자기를 비싼 몸값을 걸고 데려갈지 모르는 스털링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NBA 위원회가 진상조사를 벌였고 하루 뒤 그를 영구 추방하고 2백 5십만 달러 (27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리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서는 한국에서는 아직 보도되지 않은 흥미로운 이면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우선 스털링은 인종 차별이라는 면에 있어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스털링은 NBA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주이자 부동산 재벌입니다. LA 시내에도 클리퍼스 구단 깃발이 휘날리는 아파트 단지들이 꽤 있는데 모두 스털링의 아파틉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는 순수 백인과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입주하기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인종차별주의자인 그가 한국인을 유독 좋아할 리 없을 것이고, 한국인들이 매달 렌트비를 꼬박꼬박 잘 내기 때문이라는 후문입니다.

여하튼 스털링은 지난 2006년 자신의 아파트에 한국인과 백인을 제외한 흑인과 히스패닉의 입주를 거부하면서 “흑인들은 냄새가 나고 해충을 끌어들인다”고 발언해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입주 정책이 법정의 도마에 오르게 됐고, 결국 3년 뒤 2백73만달러, 우리 돈 25억원 가량을 물어주기로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또 2009년에는 클리퍼스 구단의 매니저인 흑인 ‘어진 배일러’에 대해 나이와 인종을 문제 삼으며 차별했다가 소송을 당했고 결국 그와 합의해 소송을 취하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어쩌면 스털링은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여자친구와의 전화 녹음이 어떻게 언론에 흘러 들어갔는가 하는 점입니다. 녹음 내용이 미국의 연예 매체인 TMZ에 보도된 직후 클리퍼스의 사장 앤디 로저는 “음성 파일을 TMZ에 넘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는 스털링 가문으로부터 공금 18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피소된 인물”이라며 보도의 순수성을 의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자는 이 전화 통화 내용을 어떻게 녹음했을까요? 스털링의 여자 친구가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여자 친구는 거액의 부동산 재벌이자 돈 줄인 스털링을 배반하면서 그 자를 도울 이유가 있었을까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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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_500

그런데, 그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가 LA타임스에 조그맣게 보도됐습니다. 스털링의 여자친구는 스티비아노라는 31살 된 여성입니다. 스털링보다 50살 연하입니다. 그리고 흑인과 히스패닉 피가 섞인 여성입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스털링의 부인에게 지난 달 소송을 당했습니다. 스털링 부인인 로첼은 LA에 있는 180만 달러짜리 복층식 아파트 (Duplex)를 돌려달라고 스티비아노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겁니다. 남편인 스털링이 선물했다는 겁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스털링이 스티비아노에게 선물했다는 품목들이 가관입니다. 페라리 한대, 밴틀리 2대, 래인지 로버 1대 등 고급 승용차만 4대나 됩니다. 로첼은 소장에서 스티비아노가 2010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수퍼 보울 대회에서 의도적으로 남편에게 접근했고 계속 유혹해서 부동산과 자동차 등을 받아 갔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스털링은 스티비아노에게 생활비라면서 24만 달러 (2억5천만원)을 주는 등 스털링이 재단 기금에서 2백만 달러를 몰래 꺼내서 스티비아노에게 줬다는 겁니다. 스털링의 부인이 밝힌 소장 내용대로라면 스털링은 그야 말로 사랑 놀음에 재단 돈을 제 멋대로 유용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언론에 폭로된 10분에 걸친 통화내용을 잘 들어보면 처음에는 스티비아노와 스털링의 대화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시작됩니다. 기자가 듣기에는 스티비아노가 속된 말로 스털링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화를 돋웁니다. 그리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도록 유도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어쩌면 LA타임스가 대놓고 보도하지 못했지만 녹음을 누가 했으며 왜 언론에 흘렸는지를 대강 짐작은 하게 됩니다. (LA에서는 스티비아노가 녹음을 언론사에 팔았을 것이라는 풍문도 나돌고 있습니다)

이번 녹음공개 파장이 커지면서 부동산 재벌이자 NBA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주의 전횡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11개 기업들이 줄줄이 클리퍼스와의 광고 계약을 철회한 데 이어, UCLA도 스털링 재단으로부터 콩팥 치료술 연구에 써달라며 기부 받았던 4십2만5천 달러 (5억원)를 곧바로 돌려주고 앞으로 7년에 걸쳐 받기로 했던 3백만 달러 (32억 원)도 거부했습니다. 다양성과 상호존중을 우선시하는 UCLA의 핵심 가치에 반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NBA 구단주 들도 스털링에게 구단을 팔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스털링은 클리퍼스를 1981년에 천2백50십만 달러 (1백5십억 원)에 샀는데 현재 가격은 포브스가 추정한 바로는 5억7천5백만 달러 (6천억 원)에 달합니다. 실제로 팔 경우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스포츠 전문가들의 추산도 있습니다. LA타임스 보도대로 '평생 놀고 먹어도 못 쓸 돈'입니다. NBA 위원회의 중징계 이후 끓어오르는 분노와 여론의 뭇매는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더 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 정도면 됐다는 여론이 엇갈리는 양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만 있으면 제 맘대로 살아도 되고 뭐라고 떠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 온 한 제왕적 구단주, 그리고 그 숱한 소송과 벌금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못된 인종차별주의자는 여자친구의 폭로로 딱 하루 만에 무너져 내렸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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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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