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 발표를 앞둔 미국에서 제재 수위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정가엔 두 가지 주장이 맞선 상태다.
첫번째는 유럽연합(EU)과 공조해 러시아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크림반도 사태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까지 개입한 러시아에 대해 서방국가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다수파가 선호하는 이런 주장에 대해 '28개 EU 회원국의 입맛을 모두 맞춘 제재안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프리덤 하우스'의 데이비드 크레머 대표는 "EU와 연대해 러시아를 제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나무랄데가 없지만 미국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독자적으로라도 강경한 제재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앞장서면 EU는 결국 쫓아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러시아 방위산업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금지 등의 추가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강경파들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밥 코커(테네시) 상원의원은 이날 CBS방송에서 "대형 은행 4곳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을 제재하면 러시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백악관에도 이 같은 강경론이 보고됐지만 EU와의 연대를 중요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시각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이 너무 앞서 나갈 경우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연대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판단이다.
미국 정부가 EU와의 연대에 무게를 두는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백악관 내부 회의에서 미국이 EU와 공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러시아를 제재에 나설 경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미국 기업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이르면 28일 발표되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과 방산업계가 포함될 예정이다.
토니 블링큰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은 이날 CNN, CBS, NBC 등의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과 EU 등 동맹국들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블링큰 부보좌관에 따르면 러시아 주식시장은 연초 대비 22%나 빠졌고 루블화의 가치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한 7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화 자본이 유출됐다.
블링큰 부보좌관은 "서방의 제재는 푸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의 이행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이미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1%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