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이슨 카터(38·민주) 주 상원의원이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다.
총기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사실이 뒤늦게 여론의 조명을 받으면서다.
문제의 법안은 조지아주 공화당이 지난 3월 종료된 정기회에서 통과시킨 '총기안전소지보호법'(하원발의법안 60호)으로, 최근 공화당 소속인 네이선 딜 주지사가 서명을 강행하면서 미국 사회에 큰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
'어디서나 총기휴대'로 불리는 이 법안은 총기면허 연령을 만 21세에서 18세로 낮추고 공항, 관공서, 술집, 교회, 학교에서도 총기휴대를 허용했다.
특히 관공서 가운데 의원 사무실과 주지사 집무실이 있는 의사당만 제외돼 정치 혐오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중간선거의 민주당 간판으로 나선 제이슨 카터가 악법 중의 악법으로 지탄받는 법안에 적극 찬동한 것으로 드러나자 "무늬만 민주당 아니냐"는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끓어오르고 있다.
27일 조지아주 상원(공화당 38명·민주당 18명)에 따르면 제이슨은 민주당 상원의원 가운데 총기안전법에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3명이었다.
화난 지지자들에 대한 제이슨의 태도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제이슨은 법안 공포 다음날 애틀랜타에서 가진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취재진을 보고 자리를 피하는 등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제이슨은 "많은 민주당 지지자의 분노를 알고 있지만, 이것은 (총기소지 권리에 관한) 수정헌법 2조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조지아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여당과 뜻을 같이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찬성한다면 다수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이슨의 이런 처신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자금력과 보수적인 지역 정서를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역 유력지인 애틀랜타저널(AJC)은 "제이슨이 지난달 NRA로부터 'A등급' 평가를 받았다"며 "민주당 후보가 NRA의 줄에 선 것은 1998년과 2002년 주지사 선거 때도 있었다"고 밝혔다. 제이슨이 보수와 뜻을 같이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제이슨은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는 카터 전 대통령과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북핵문제를 놓고서도 대화로 풀자는 할아버지와 달리 대북 강경론을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를 정치자금 모금책으로 내세우는 등 카터의 후광을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흰 고양이건 검은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된다는 전략인 셈이다.
제이슨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되는 가운데 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현직인 딜 주지사에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이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