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세월호 참사'로 중지된 공무원들의 국외출장과 관련한 항공권 취소 위약금을 면제해주지 않아 경기도가 발끈하고 있습니다.
항공권 취소 위약금 면제를 신속하게 결정해 알려준 국외항공사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도청 내부에서는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우유부단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기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4일) 경기도와 여행사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17일 공무원의 국외 출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한 데 이어 21일에는 전면 중지시켰습니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21일 새벽까지 사망자수가 59명에 실종자가 243명으로 확인되는 등 '참사'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30년 장기근속 공무원 국외연수와 모범공무원 여행이 모두 중단됐습니다.
장기근속 공무원 50여명은 대부분 배우자와 함께 어제(23일)부터 5월 말까지 각기 다른 일정으로 스위스, 프랑스, 일본, 대만 등을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10일가량 여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미 여행사들이 국내외 항공사에 항공좌석을 확보해놓고 항공료까지 일부 지급한 상태였습니다.
경기도는 공무원 국외출장과 연수를 전면금지시킨 21일 항공사마다 공문을 보내 "세월호 참사로 비상인 상황이어서 부득이하게 예약을 취소하니 항공료 위약금 면제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루프트한자와 에미리트항공, 터키항공이 선뜻 "그러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어제(23일)부터 내달 2일까지 30년 장기근속 경기도공무원과 가족 등 27명이 두 팀으로 나눠 탑승할 예정이었습니다.
23명이 탑승하기로 한 에미레이트항공은 탑승 예정 하루 전날인 어제 직접 경기도 총무과로 전화를 걸어 "면제해주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총 437만원의 항공료 위약금을 물지 않게 됐습니다.
에미리트항공을 담당한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예약자 자신이 사망한 경우 외에는 항공료 취소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걸 본적이 없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루프트한자는 공문을 받고 나서 하루만인 22일 여행사에 "면제해주겠다"고 알리고서 어제 경기도에 정식으로 면제사실을 통보해왔습니다.
그러나 경기도 공무원 국외여행과 관련한 유일한 국내여행사인 대한항공은 나흘째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항공사 결정 여부를 문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듣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에는 경기도 공무원 등 총 12명이 4월 23일과 5월 12일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기로 예약돼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에 물어줘야 할 항공료 위약금은 총 279만원입니다.
김수찬 경기도 총무팀장은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니까 당연히 항공료를 면제해줄 것으로 믿고 걱정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안 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국외여행사가 신속히 결정해줘서 사실 좀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대항항공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공문을 첨부해 요청하면 면제해주는 걸로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가 15분 뒤 "실무부서에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리했는데, 경영층에게 보고가 안 됐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전화를 걸어와 "면제를 검토중으로 해달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경기도 공무원처럼 국외여행이 금지돼 여행일정을 취소한 공무원들이 워낙 많아 항공권 위약금 면제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내달 중순 이후 출발이 예정된 모범공무원 국외여행 일정 8건에 대해서는 언제 취소하더라도 위약금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상황을 보고 중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