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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말에 '매뉴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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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리스펙트 캠페인’ 선포식을 열었습니다. ‘리스펙트 캠페인’(Respect Campaign)은 영국에서 매년 심판 7천명이 경기 중 받은 모욕적인 욕설과 협박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최근 일본과 유럽축구연맹(UEFA) 가맹국 등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라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입니다. 축구협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선수, 지도자, 심판, 관중, 구단 관계자 등 축구 관련 종사자들이 서로 존중(Respect)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올바른 축구문화를 선도할 계획입니다. 축구협회의 취지는 물론 좋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꼭 ‘리스펙트 캠페인’이란 영어를 그대로 써야 했느냐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은 오랫동안 천대를 받아왔습니다. 대체로 1945년 광복 이전에는 한자에, 1945년 이후에는 영어의 위세에 눌렸습니다. 특히 스포츠에서는 유독 영어를 많이 썼습니다. 스포츠가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경기 용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대회 이름에도 영어가 남용됐습니다. 국내 프로야구가 2개 리그로 나뉘어 치러질 때 각 리그 이름이 ‘매직리그’ ‘드림리그’였습니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도 2개로 나뉘어 정규리그를 치릅니다. 상위 리그 이름은 ‘K리그 클래식’ 이고 하위 리그 이름은 ‘K리그 챌린지’입니다. 골프는 더 심각합니다. 대회명에서 아예 우리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올해 열리는 국내 여자 프로골프 대회명을 살펴보면 ‘S-OIL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E1 채리티 오픈’처럼 영어로 도배한 것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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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현장 캡

이번에 <세월호 침몰>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영어의 남용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 ‘에어 포켓’, ‘골든 타임’, ‘매뉴얼’, ‘컨트롤 타워’ 같은 단어가 난무했습니다. 심지어 21일에 있었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매뉴얼’, ‘컨트롤 타워’ 같은 단어를 여과 없이 사용했습니다. 자국 문화를 지키고 널리 알려야 하는 일국의 국가원수라면 외국어 사용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세월호 침몰>을 다룬 중국 언론을 살펴봤는데 ‘매뉴얼’,‘컨트롤 타워’ 같은 단어는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전문 용어인 ‘에어 포켓’의 경우도 ‘공기주머니’란 뜻으로 번역해 ‘공기낭’(空氣囊)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마다 10월9일은 한글날입니다. 1946년부터 공휴일로 지내오다 1990년에 공휴일 지정이 폐지됐습니다. 이후 한글학계의 끈질긴 노력으로 지난해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한글날이 24년 만에 다시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이유는 자명합니다. 범람하는 외국어 사용, 특히 영어 남용으로부터 우리의 얼이 담긴 한글을 수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글 사랑을 위해 한글날을 공휴일로 다시 만들어 놓은 뒤에도 이렇게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기모순이요 자가당착입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단어는 불가피할 경우에만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게 옳습니다. ‘매뉴얼’이나 ‘컨트롤 타워’란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정부는 물론 언론도 단 한번이라도 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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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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