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 행복한아이연구소장)
▷ 한수진/사회자:
계모의 학대로 어린 아동이 목숨을 잃는 사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명칭도 ‘울산 계모 사건’, ‘칠곡 계모 살인사건’ 이렇게들 부르고 있는데요. 한 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아동 학대인데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계모가 학대자이다보니까 너무 계모라는 사실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재혼 가정에는 이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다, 이런 지적인데요. 관련해서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 행복한아이연구소장)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서 원장께서는 아예 이 사건을 ‘칠곡 계모 사건’으로 부르지 말자, 이런 제안도 하셨던데요. 어떤 이유인가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소아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우려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무엇보다 계모 사건이라고 부르게 되면, 계모니까 저런 일을 저질렀겠지, 라고 단정이 되거든요. 계모들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학대를 많이 하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계모사건이라고 하다보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계모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습니까. 동화에도 보면 신데렐라, 콩쥐팥쥐, 이런 데에서 계모라고 하면 뭔가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학대하고, 이런 모습으로 비추어져가지고 계모는 원래 그렇다는 선입견을 아이들에게 많이 심어주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아이들도 자기들이 계모를 만나야 할 때 미리부터 겁을 먹거나 계모를 만나면 큰일 나고 안 된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아이들이 계모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다보니까 오히려 문제가 심해진다든지, 아니면 계모들도 막상 아이들을 대할 때 부담감을 갖고 대해서 오히려 아이들을 제대로 못 대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재혼 가정에서만 아동학대가 많이 일어나는 게 아니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네, 작년에 중앙 아동 전문기관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계모나 계부에 의한 사건이 합쳐서 3.7% 밖에 안 되거든요. 오히려 친부나 친모에 의한 사건이 80%에 이르고 나머지는 시설 종사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지나치게 아동 학대는 계모에 의해서 주로 이루어진다, 이런 식의 시각이 있다 보니까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생각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오해나 편견에는 이른바 ‘계모 프레임’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런 우리 사회의 시각도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그렇죠. 아무래도 계모 프레임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어요. 친모,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나는 친부모이니까 저 정도는 저지르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싶어 해요. 계모니까, 계부니까 저렇겠지, 친부모는 저러지 않을 거야, 하는 데. 우리 사회에서 사실 친부모가 학대한 사건이 많거든요. 어제 보도된 것도 지난 2월에 가출한 중학생 딸을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 일이라든지, 또 두 살 난 아이를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아빠가 구속된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들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데.
칠곡 사건만 유달리 계모라고 해서 더 강력히 분노하고 미워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 정신과 의사들이 볼 때는 내면의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특정한 사람들을 욕하면서 오히려 피해가는 이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 사건을 보다보면요.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그렇죠. 계모가 아니니까 별 일이 아닐 거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런 사건들이 많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이나 아이들에 대해서 부모가 함부로 대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이런 비유를 들 수 있겠어요. 길거리의 웅덩이 물을 쉽게 먹는 문화가 있다면, 아무래도 웅덩이 물을 먹다가 수인성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나 훈육을 부모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놔두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학대를 받아도 부모가 하는 대로 놔둬야지, 어쩔 수 없지 않나, 이렇게 보는 시각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됩니다. 그게 아이들이 고통 받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사랑의 매로 체벌을 정당화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인데,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죠.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부모라고 하면 지나친 책임을 주고 지나친 자유를 줘요. 그렇다보니까 계모나 계부가 되시는 분들도 “애가 내 자식이 되었으니까 내가 책임져야 돼” 이거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계모는 친부모하고는 달라서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때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계를 맺어야 하거든요. 모든 걸 다 책임 질 수도 없고요.
그런데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부담감을 느끼니까 오히려 아이들과 관계가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게 뭐냐면 재혼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곳도 없고 사회에서 널리 그런 교육이 퍼져있는 것도 아니다보니까 재혼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사건 터지고 이런 보도 나올 때마다 재혼 가정 부모님들은 상당한 상처를 안게 되는 거예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난리에요. 이런 사건이 터지면 이런 문제 때문에 병원을 찾는 분들도 꽤 많아질 정도에요. 아이들이 조금 더 부모에 대해서 굉장히 가까워지다가 이런 사건이 터지면, 아이들도 뉴스를 다 접하거든요. 부모로부터 조금 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는 거예요. 부모로부터 멀어지면서 오히려 문제 행동이 늘어난다거나, 아니면 부모들도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든가, 사회적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왠지 저 엄마 또 저렇게 안 좋은 일을 저지르는 것 아니야?’ 이런 식으로 바라보니까 부담감이 느껴져서 오히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지 모르면서 우울증에 빠진다든지. 아니면 심리적으로 불편감을 느껴서 힘들어가지고 불면에 시달린다든지. 이런 일로 병원을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이를 혼낼 일이 있어서 혼내야 할 때도 제대로 혼내지 못 할 거예요. 주저주저 하게 되겠죠.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훈육도 제대로 안 되고 그렇다고 따뜻한 사랑을 주기에도 제대로 안 되는, 이런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계모 사건, 이렇게 꼭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느냐. 그렇지 않고 중요한 것은 아동 학대이니까 그냥 <칠곡 아동 학대>, 그리고 우리가 명칭을 쓰는 것도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칠곡이라는 곳이 넓은 곳이 아니잖아요. 다행히 칠곡이 두 군데라서 다행인데. 좁은 곳을 명칭으로 쓰면 아이가 누구인지 노출이 됩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아이도, 혹시 너 아니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들었다고 해요. 그러면 그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 어떻겠습니까. 이 아이 입장에서는 그 동네에서 살 수가 없게 되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또 한 번 상처를 안는 거죠.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그렇죠. 그것이 굉장히 큰 상처를 안게 되기 때문에 아이를 먼저 생각해서 그 지역을 가급적 노출하지 않으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새로 명명하는 게 좋을까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제가 보기에는 이건 끔찍한 사건 아닙니까? 그러면 유영철 사건, 조두순 사건, 이렇듯이 어떤 특정한 가해자의 이름을 붙여서 ‘누구누구 아동 학대 사건’, 또는 가해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기 어렵다면, 가해자의 특정 이름을 가명으로 써서 누구누구 아동 학대 사건,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학대를 전면에 내세워야 이 사건으로 우리가 얻는 교훈이 있거든요. 그런데 계모라고만 내세우면 ‘아 계모를 맞으면 안 되는구나.’ 이런 부분밖에 남지 않거든요. 그거는 잘못된 의식이기 때문에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뭐 계모라는 말이 사전적 의미로 봐도 나쁜 말이 전혀 아니잖아요. ‘어머니를 잇는 사람’ 이런 뜻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낱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뜻이 강해진 것 같습니다.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그렇죠. 이런 사건이 터질 때 이런 이름을 붙이면 계모 자체를 피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오히려 계모가 들어와서 아이들 입장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황 자체가 차단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고통을 받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결혼할 때도 집안 꼭 확인하잖아요. 그래서 이혼했다고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그런 우리 사회의 편견도 있고. 또 한 편으로는 현행법상으로 봐도 새엄마나 새아빠가 친권이나 양육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그런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고 하는데요?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그런데 친권이나 양육권의 경우에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희는 새엄마나 새아버지가 처음부터 지나치게 보통의 엄마 아빠하고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좋지 않게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히려 좋지 않다?
▶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울신경정신과 원장):
좋지 않게 보고 있어요. 실제 친엄마, 친아빠하고 같은 역할일 수가 없고. 아이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오랫동안 새로 관계를 맺어서 그 분하고 가까워지는 거지, 처음부터 진짜 친엄마, 친아빠를 만나는 것처럼 깊은 관계를 맺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친권과 양육권을 한 번에 다 갖게 되면 오히려 부담감이 더해질 수도 있고요. 그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아이를 대하는 데 있어서 무리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아이에 의해서 부모가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 행복한아이연구소장)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