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의 영향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이제 막 중산층 대열에 합류한 약 10억명이 중산층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세계은행의 소득분배 지표를 활용한 자체 분석 결과를 인용, 개도국에서의 중산층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눈부신 고성장에 힘입어 급속히 확대됐지만 최근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많은 수가 빈곤선 아래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갈수록 커지는 소득 불평등과 경기둔화 현상은 그동안 신흥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산업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경기둔화가 과연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나라에서 견고한 중산층을 만들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수년간 전 세계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세계은행의 경제학자들도 개도국의 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평균 2∼2.5%포인트 가량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빈곤선의 기준을 하루 2달러로 제시하면서 그 이상을 벌 경우 새롭게 중산층에 진입한 것으로 정의했다.
반면 다른 경제학자들은 한층 탄탄한 중산층의 기준으로 하루 10달러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FT가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122개 개도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소득분배 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0여년간 빈곤선을 벗어나 새롭게 중산층에 진입한 수백만명의 대부분은 하루 소득 2∼10달러 사이에서 위태위태한 중산층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약 28억명의 개도국 주민이 하루 2∼10달러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른바 '취약한 중산층'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소득집단이란 의미다.
더욱이 갓 빈곤층을 벗어난 이들 '취약한 중산층' 중 상당수가 하루 2달러를 약간 넘는 수준의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FT 분석 결과 2010년 기준으로 약 9억5천200만명의 개도국 주민이 하루 2∼3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FT는 경제성장과 빈곤감소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위 브릭(Bric,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나 민트(Mint, 멕시코·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터키) 등 더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여온 국가들에서 이 같은 상관관계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브릭 혹은 민트 국가인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의 경우 1970년대 이후 매년 5.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며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하루 2달러 미만 소득 인구의 감소와 GDP 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개발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최근의 경기둔화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빈곤층과 '취약한 중산층'의 경계선상에 있는 인구의 뒤섞임 현상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의 경우 빈곤선 아래에 놓여 있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1년 전에는 빈곤선 위에서 생활하던 계층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에서 극빈층에 속하는 노동자 계층의 감소 비율이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인 2.7%에 머물렀다며 이미 개도국의 경기둔화가 미칠 영향을 우려해왔다.
카우시크 바수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빈곤선에서 갓 탈출한 계층이 다시 빈곤선 아래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구조개혁 등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