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과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밀집해 각종 사고가 잦은 울산에서 이번에는 원유탱크에서 수만 배럴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 시민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4일 오후 3시 40분께 울산시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72만 배럴 규모의 원유탱크에서 내부 기름을 섞어주는 장치인 '믹서기' 축이 이탈하면서 기름이 뿜어져 나왔다.
탱크의 지름은 85m로 작은 실내체육관만 하고, 높이는 22m로 5∼6층짜리 건물과 맞먹는다.
다행히 유출된 기름은 탱크 주변에 설치된 차단벽(다이크)에 막혀 외부로 유출되지는 않고 있다.
유출량은 오후 9시 현재 최소 3만 배럴로 추산된다.
ℓ(배럴당 158.9ℓ)로 환산하면 476만7천ℓ다.
유출량만 놓고 보면 지난 1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유조선 우이산호 충돌에 따른 기름 유출량(최대 754㎘)의 6배가 넘는 양이다.
탱크 내부 기름을 모두 빼내는 작업이 완료되는 5일 새벽까지는 유출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추가 유출량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로 사상자나 다른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출된 기름에 불이 붙었거나 토양·해양 등으로 유출됐다면 그 피해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소방당국은 유증기에 불이 붙는 상황에 대비해 소화제 성분의 거품을 기름에 계속 뿌리고 있다.
소방당국이 원유 누출 신고를 접수한 시각은 오후 4시 40분으로,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사 자체적으로 사고에 대응하다 신고가 늦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형 석유 저장시설이 밀집한 울산에는 에쓰오일 1천만 배럴을 비롯해 SK에너지 2천만 배럴, 한국석유공사 1천350만 배럴, 석유비축기지 650만 배럴 등 총 5천만 배럴의 원유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다.
원유를 가공해 만든 완제품이나 반제품까지 더하면 저장능력은 더 늘어난다.
그만큼 위험요인이 크다는 말이다.
여기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들도 석유화학단지나 온산공단에 즐비하다.
지난 2월에만 온산공단 도로에서 화학물질 이송 배관이 터져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토양으로 유출되고, 남구 부곡동 화학공장에서 불화수소 혼합물 100ℓ가 대기로 누출되는 등 울산에서는 크고 작은 화학물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 홍모(34·여)씨는 "이제는 원유와 각종 기름이 가득 찬 정유회사에서 기름이 샜다고 하니 아찔한 느낌이 든다"면서 "사고만 나면 해당 공장만 반짝 점검한다고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울산지역 공단 전반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