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
▷ 한수진/사회자:
올해 봄은 평년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하죠. 전국의 봄꽃이 만개했습니다.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 봄꽃이나 새순 돋는 나무 돌아볼 겨를도 없이 이 계절을 보내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내일은 또 식목일이기도 한데요. 봄꽃과 숲 이야기, 전해 듣는 시간 마련해 봤습니다. 숲 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지금 수목원에도 봄이 왔죠?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봄은 이미 왔는데요. 수목원이 서울보다 조금 늦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봄의 향연이 시작하기 바로 직전, 한껏 부풀은 듯 한 그런 상태입니다. 잎들은 삐죽삐죽 가지들에 새싹들이 나고 있고요. 올벚나무, 개살구, 분홍꽃망울 막 터뜨리고 있고. 양지 바른 곳 가보면 복수초 노랑꽃들 한창이고요. 또 저희 수목원에서는 희귀식물들 증식 보존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주 희귀한 깽깽이풀 보라색 꽃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오늘 조금 추워서, 단비가 내려와서 아주 반가웠는데 영하로 내려갔어요, 저희 수목원은. 그래서 혹시 닫힐까봐 걱정이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수목원이 워낙 계절의 변화가 늦다면서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물론 저희 수목원도 올해 유난히 꽃들이 많이, 예년에 비해서 빨리 피우고 있어서 싹도 많이 나고 있는데, 도시 보다는 열흘 정도 늦게 찾아온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도시에서 “꽃구경 놓쳤구나” 하는 분들은 수목원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겠어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박사님, 저는 이 맘 때 나무들이 제일 예쁘더라고요. 새순 돋는 모습 참 예쁘지 않아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정말 예쁘죠. 모두 꽃에만 정신 파시는데, 사실은 새싹에 마음 두신 분 만나면 반갑습니다. 새싹 나는 것 가만히 보면 삐죽삐죽하기도 하고 말랑말랑 하기도 하고 나무마다 각각의 아름다움을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혹시 새싹 색깔이 뭔지 생각나세요?
▷ 한수진/사회자:
연한 녹색 아닌가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대부분 연둣빛이라고 생각하고, 연둣빛이 많은데요. 사실은 새순의 색깔도 다 다릅니다. 그래서 소나무 같은 나무는 새순의 색깔이 붉은 빛이 나고요. 노란 빛이 삼나무 중에서는 많이 나기도 하고 조금씩 다 달라서 그 아름다움도 굉장하죠.
▷ 한수진/사회자:
붉은 빛 새순도 있군요. 그런데 박사님 사실 사람들이 꽃구경 한다는 말은 많이 해도 나무 구경 간다는 말은 잘 안 하잖아요. 워낙 꽃들이 화려하다보니까 그렇겠죠?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사실은 꽃구경, 벚꽃 구경 가시는 것도 나무 구경이시긴 합니다. 왜냐하면 꽃도 나무에 피는 하나의 식물 기관이거든요. 흔히들 꽃과 나무를 생각하시지만, 꽃이라는 것은 나무든 풀이든 상관없이 하나에 피는 기관이고요. 또 꽃이 지고 나면 잎 나고 열매 맺고. 모두 사실은 화려한 꽃에만 관심을 두시지만 꽃이 지고 나면 그 신록에 우거진, 신록의 싱그러움, 가을의 단풍의 그 감이라든지. 심지어 잎 지고 난 겨울에도 가지들이 주욱 나는, 그 섬세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정말 나무들은 사시사철 아름답고 즐겁고 때로는 휴식을 주기도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하는 그런 존재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서울에 보면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활짝 폈는데 말이죠. 이런 꽃나무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해주실 것 없으세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재미있다기보다는, 예를 들면 개나리 정말 많이 피지 않습니까. 혹시 개나리 열매 보신 적 있으세요?
▷ 한수진/사회자:
잘 못 봤네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개나리는 한 꽃처럼 보이지만, 크게 두 가지 꽃들이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장주화, 단주화, 쉽게 말하면 열매 맺는 암꽃과 열매 못 맺는 수꽃이 있다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개나리들은 수꽃을 꺾꽂이해서 만든 나무들이에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한 두 포기 갖고 수천, 수만 그루를 복제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식물들이 살아가면 정상적으로 암수가 서로 인연을 맺어서 꽃가루받이해서 다양하게 유전적으로 펼쳐가야 하는데.
지금 그냥 한 종의 복제품이, 한 개체의 복제품이 쫙 퍼져있는 것이라고 보면 되죠. 그러니까 아무리 많아도 위험에서는 굉장히 취약하고요. 심지어는 도시에는 그렇게 많아도 자생지에는 멸종해서 볼 수 없으니까 많아도 굉장히 취약하고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벚꽃 같은 경우는 우리가 흔히 벚나무라고 하지만 벚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굉장히 종류가 여러 개 입니다. 도시에 흔히 많이 심으시는 화려한 벚나무는 왕벚나무입니다. 근데 왕벚나무가 굉장히 아름답고 좋으면서도 일본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시지 않으세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근데 위로할 만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일본에는 자생지가 없고요. 우리나라 제주도가 그 왕벚나무의 자생지라고 알고 계시면 조금 위로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벚꽃 보면, 기분 좋게 봐야겠어요.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자생지다, 지금 여의도 벚꽃축제에 피어있는 그 벚꽃들도 다 왕벚나무라는 거죠?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대부분 왕벚나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화려한 꽃이 피지는 않아서 우리의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늘 가까이서 지켜주는 나무들도 있잖아요.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런 나무도 있을까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사실은 꽃이, 모든 꽃이 화려한 게 아니거든요. 은행나무나 소나무 꽃,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 많지 않으실 거예요. 식물들이, 나무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는 이유는 꽃가루받이를 잘 해야 되는데, 그걸 도와줄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거지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바람의 힘을 빌려서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들은 화려한 꽃을 피울 이유가 없죠.
그래서 사실 우리 주변에 보면, 은행나무가 꽃 지고 나면 은행나무에 새순이 돋을 겁니다. 돋을 때 가만히 보면 아주 독특하게 생긴 이상한 꽃들이 보여요. 그렇게 보시면 굉장히 신기할 거예요. 보통 중요한 나무 하면 특산 나무라든지, 노거수, 희귀수 각각의 지위들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나무들은 각각의 나무들마다 가지는 개성과 아름다움이 굉장히 독특하고 쓰임새도 굉장히 다양하고 그래서.
좋은 나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나무가 있는 게 아니고요, 우리 곁에서 아낌없이 주는 내 옆에 있는 나무가 제일 중요한 그런 나무 같습니다. 그런데 그냥 하시면 안 되고요. 옆에 있는 나무들 눈길도 주시고 이름도 불러주시고 제 모습으로 잘 자라도록 지지도 해주시면 그런 나무들은 우리가 한 번 손 내민 걸 절대로 뿌리치지 않는 아낌없이 주는, 굉장히 여러 방법으로 여러분들에게 되돌려서 선물로 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모든 나무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군요, 우리에게. 은행나무의 꽃, 이건 솔직히 처음 들어봤습니다.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올해 꼭 구경해보세요. 꽃이 피니까 당연히 열매도 맺는 거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색깔이 무슨 색깔인가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약간 연둣빛, 잎새 색깔과 굉장히 비슷해요. 새잎이 엄지손가락만큼 자랐을 때, 그 틈에서 잘 살펴보시면 수나무에는 수꽃이, 암나무에는 암꽃이 아주 개성 있게 피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 요즘에 숲 찾는 분들 확실히 많이 늘긴 했죠?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정말 많으시죠. 한 해 산에 오르시는 분들이 1,500만 명이라고 하고요. 통계를 보니까 성인의 41%는 연 12회 이상, 월 1회 이상 산을 찾는다고 하니까 정말 많으신 거죠.
▷ 한수진/사회자:
숲이 지닌 치유의 힘이라고 해야 될까요.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었다면서요?
▶ 이유미 박사 / 국립수목원:
네, 옛날에는 숲 하면 휴식, 휴양 그랬는데. 이제는 치유 개념으로 쓰고 있고요. 산림요법에서 산림의학이라는 용어까지 쓰고 있습니다. 신경정신내분비 면역학 해서 숲이 그야말로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을 했죠. 그래서 예전에 있던 피톤치드라든지 음이온 효과가 많다는 것을 나아가서 최근에는 아토피라든지 부교감신경 활성화, 불면증, 또는 혈압이나 심박동률, 근육긴장 같은 것을 저하시키고 면역 체계를 강화시킨다는 구체적인 의학 데이터들이 많이 나와서요.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아예 산림을 건강 중심 쪽으로 의학적 처방을 주는 곳들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치유의 숲 기준을 만들어서 산림치유 지도사라든지 이런 양성기관을 도입하고 백두대간에는 테라피 단지 같은 것도 조성하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가 초속 5cm라고 합니다. 일본의 한 감독이 만든 영화에 나오는 대사라고 하던데요. 청취자 여러분,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속도 잠시 줄이고 아름다운 봄 느끼고 누리는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