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의 대축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3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개막작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조직위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영화제는 기존의 독립·예술 영화부터 영화계에 새롭게 등장한 기법의 영화까지 최대한 다양한 장르를 포용해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감독이 참여한 개막작 3D 영화 '신촌좀비만화'을 비롯해 본선 진출작 등 세계 44개국 181편을 상영한다.
조직위는 올해 영화제 운영방식과 프로그램을 대폭 개편해 각 부문에 대한 특성을 명확히 하고 지난해 늘어났던 상업영화를 줄이고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중점적으로 배치해 전주국제영화제 본연의 색깔을 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초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은 40편으로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다양한 제3세계 영화 등 출품작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 개막작에 3D 영화 '신촌좀비만화' 선정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은 류승완, 한지승, 김태용 등 한국의 유명 감독들이 참여하는 '신촌좀비만화'(MAD SAD BAD)가 선정됐다.
이번 개막작은 독특하게 3D 영화로 제작됐으며, 세 감독이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뤄졌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유령'은 2012년 실제 일어났던 '신촌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사춘기 불안을 강렬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는 좀비들이 노동자 계급으로 취업해 치료를 받으면 살아가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독특한 세계관 안에서 한 감독은 로맨스와 뮤지컬, 공포 등 각 장르를 버무려 냈다.
세 번째 이야기인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은 남매가 함께 떠난 소풍에서 자폐아인 동생이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동생을 찾아 나선 주인공 수민의 이야기를 김 감독 특유의 사실주의적 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세 감독은 도심과 미래, 산속 등을 무대로 주인공들의 비극과 환상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한편 폐막작은 별도로 선정하지 않고 국제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 영화제 운영·프로그램 대폭 개편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제 운영방식과 새롭게 정비된 프로그램이다.
조직위는 올해 영화제 운영과 프로그램을 기존과 다르게 대폭 변화시켰다.
조직위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을 두 부분으로 나눠 5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7일간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각 부문의 영화를 상영한다.
이후 사흘간은 국제경쟁부문 상영작과 각 경쟁부문 수상작, 그리고 영화제 화제작을 한 데 모아 집중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두 부분으로 나눠 운영함으로써 무작정 영화를 상영해 한 번 지나간 영화를 다시 볼 수 없었던 과거의 단점을 보안했다"면서 "또 영화팬들에게 마지막 사흘 동안 차분한 분위기에서 각 부문의 수상작과 화제작을 감상할 기회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새롭게 정비된 프로그램 운영이다.
조직위는 적게는 프로그램의 명칭부터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운영 방식까지 대폭 변화를 줬다.
이번 개편으로 각 프로그램이 갖는 특성을 명확히 하고 관객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선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개 메인 섹션 11개 하위 섹션'이었던 프로그램은 '8개 메인 섹션 11개 하위 섹션'으로 구성됐다.
가장 큰 변화는 '시네마 스케이프'로 시네마 스케이프 아래 '월드 시네마 스케이프'와 '코리아 시네마 스케이프'를 독립시켜 한국영화와 글로벌 영화의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내도록 했다.
특히 코리아 시네마 스케이프는 상업영화를 지양하고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를 전면에 배치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과 한국영화의 독자성을 확보했다.
월드 시네마 스케이프는 '스펙트럼'과 '마스터즈'로 나눠 운영한다.
스펙트럼에는 세계영화계의 주요 경향을 일별할 수 있는 작품을 망라하고, 마스터즈에는 영화 거장들의 신작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지난해까지 운영됐던 '영화보다 낯선' 섹션은 '익스팬디드 시네마'로 개명했다. 이 섹션에는 영상 매체 간의 융복합, 영화의 개념 변화, 영화 미학의 경계를 확장하는 급진성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요즘 영화계를 보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영화에 가까워지고 극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에 가까워지는 것 같다"면서 "올해 영화제는 각 영화의 독특함과 장르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포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편화한 '디지털 삼인삼색'…"우려 반 기대 반"
전주국제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도 올해 큰 변화를 맞았다.
기존에 따로 운영되던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이 하나로 통합돼 장편 '디지털 삼인삼색2014'로 다시 태어났다.
이에 따라 과거 세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뒤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 선을 보이던 디지털 삼인삼색은 세 편 이상의 장편 영화를 선보이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재편된 디지털 삼인삼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장편영화 제작을 통해 영화산업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강화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또 제작방식에도 두 프로그램을 통합하면서 제작비 투자구조와 유치, 제작기간, 관리 등에 규모와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전주국제영화제 지원 제작비 외에도 외부 투자사의 유치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국내 개봉의 적극적인 확대에도 노려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변화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 간판 프로그램인 '숏!숏!숏!'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장편화로 인해 짧은 호흡에 담아 내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형식의 영화를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에서 만나 볼 수 없게 된 것도 단편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기대와 우려 속에 개편 후 첫 번째 작품에는 기요르기 폴피 감독의 '자유낙하'(Free Fall)와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The Avian Kind), 박정범 감독의 '산다'(Alive)가 선정됐다.
'자유낙하'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노파가 죽지 않고 다시 아파트를 오르면서 만나는 일곱개 방에서 벌어지는 만화경 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제한된 공간에서 장르와 상상력을 아우르는 독특함이 특징이다.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은 아내를 찾아 나선 소설가가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정범 감독이 직접 연기한 '산다'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정철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마모되는 인물의 내면과 거친 행동을 관찰하며 기어이 긍정의 싹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