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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주민 절반은 왜 대피하지 않았나

북한 위협보다 생계 걱정이 우선인 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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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낮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자 우리 군 당국이 주민 긴급 대피령을 내렸지만, 절반이 넘는 서해 5도 주민들은 대피소로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거리가 많지 않은 섬 지역 특성상 생계가 가장 큰 고민거리인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해마다 2∼3차례 반복해 겪는 북한의 위협은 관심 후순위였다.

1일 인천시 옹진군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이 해상사격훈련을 한 직후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거쳐 백령도와 연평도의 해병부대에 주민 긴급 대피령을 하달했다.

북한의 해안포 포탄이 주민 거주지역에 떨어져 발생할 수 있는 인명 피해에 대비한 조치였다.

해병대 백령·연평부대와 서해 5도 3개 면사무소는 낮 12시 30분께 안내방송을 내보내 주민들을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주민 상당수는 해병대원과 면사무소 직원들의 통제에 따라 인근 대피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당일 대피소로 몸을 피한 서해 5도 주민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백령도 전체 주민 5천562명 중 3천명, 소·대청도 1천889명 중 710명, 연평도 2천230명 중 633명만 대피소로 피신했다.

서해 5도 주민 9천681명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천343명만이 군 당국의 대피 명령에 따른 것이다.

서해 5도 일부 주민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 훈련이 시작된 이후에도 바깥에서 공공근로 일을 계속하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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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의 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해안가 쓰레기 수거 등 섬 곳곳에 어르신들이 퍼져 있어 일일이 대피소에 데려다 드리기는 힘들었다"며 "작업반장에게 연락했지만 일부는 귀찮아서 대피소로 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주일에 2∼3차례 해안가 쓰레기 수거 일을 하는 서해 5도 주민 김모(61·여)씨는 "대피소로 이동하라는 면사무소 직원의 연락은 작업반장을 통해 받았다"면서도 "일을 중단하면 일당을 안 줄까 봐 대피소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연평도 선착장 인근에서는 휴어기를 끝내고 올해 처음 재개되는 꽃게조업을 위해 어구와 어망을 손질하는 어민들도 적지 않았다.

꽃게잡이 어선 1척을 가진 연평도 선주 강모(55)씨는 "여기 섬 어민들은 꽃게 많이 잡는 것밖에 바라는 게 없다"며 "어구 손질하느라 정신없어 대피소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 최모(44)씨는 "연평도 포격 사태를 겪긴 했지만, 이곳 주민 대부분은 '설마 북한이 또 도발하겠느냐'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다"고 자신했다 일부 주민은 서해 5도를 안보 불안 지역으로 부각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백령도에서 횟집과 소규모 여행사를 함께 운영하는 김모(53·여)씨는 "4월 들어서면 관광객들의 예약이 하루 최소 10건은 들어와야 하는데 이번 일로 걱정"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이어 "포탄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언론사들이 섬에 몰려 들어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면 외지인들이 관광하러 오고 싶겠냐"며 "여기 사람들은 전혀 불안하지 않은데 기사를 만들기 위해 불안을 조장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해 5도 주민들의 지나친 '느긋함'이 자칫 연평도 포격 사태와 같은 실제 상황 발생 때 더 큰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옹진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했을 때 대피만 잘해도 인명피해는 크게 줄일 수 있다"며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군은 물론이고 행정기관과 주민 모두 잘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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