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원제 Frozen)은 지난 30일 '토이스토리 3'을 제치고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대 흥행 애니메이션에 올랐다.
흥행 요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지만 '겨울왕국' 제작을 이끈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수석 프로듀서 피터 델 베초는 '그럴 법한 이야기'를 꼽았다.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콘텐츠 인사이트 2014'의 첫 번째 연사로 참석한 베초는 "배경이 눈으로 덮인 왕국인데 그냥 흰 공간에 캐릭터가 떠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처럼 그럴듯한 배경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있을 법한 그림을 보여주고자 제작진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전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눈과 얼음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
애니메이터들은 눈 쌓인 와이오밍을 찾아 직접 눈밭을 걷고 뛰면서 관객들이 실제라고 믿을 수 있을 법한 장면을 연구했고, 눈의 습도에 따라 질척거리는 눈과 가루눈을 구분해 눈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섬세하게 재현해 냈다.
또 캐나다 퀘벡 주에 있는 얼음 호텔을 찾아 빛이 어떻게 반사되는지, 테두리의 색깔이나 그림자는 어떻게 변하는지도 관찰했다.
원작의 배경인 노르웨이에서는 사람들의 옷, 벽지나 카펫, 문의 디자인 등 세부적인 것까지 신경 써 실제로 존재한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배경뿐만 아니라 인물 역시 다양한 표정만큼이나 신경을 쓴 것은 숨 쉬고 노래할 때 몸과 손의 움직임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녹여내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연기 코치와 워크숍을 하고 주제곡을 부른 이디나 멘젤이 노래하는 모습을 녹화해 언제 어떻게 숨을 쉬고 움직이는지 세심하게 관찰했다.
베초가 밝힌 다른 성공 요인은 매력적인 이야기와 강한 캐릭터였다.
그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미가 있어야 하며 놀라움도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인지 계속 자문하고 외부인들의 의견도 반영하면서 바꿔나갔다"고 전했다.
제작 초기부터 함께한 작곡가는 20곡 정도를 만들어놓고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맞지 않는 곡을 다시 만들곤 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주인공 엘사와 안나가 자매가 된 것.
"아무리 워크숍을 해도 막힐 때가 있어요. 좋은 것 같긴 한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죠. 엘사는 일종의 악인으로 묘사됐고 안나와는 자매가 아니었어요. 누구인지도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 둘이 자매면 어떨까 제안했고 다들 좋다고 찬성했어요. 가족이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고리를 하나 더 찾은 거죠."
베초는 "주제곡인 '렛잇고'는 엘사의 노래이기도 하지만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주제를 묘사한다"며 "대부분 캐릭터가 두려움 아니면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엘사는 두려움 때문에 움직이죠. 한스는 처음엔 낭만적 사랑을 의미해요. 물론 나중에 첫인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도 하죠. 크리스토프에게 실질적인 가치관을 심어 우리가 좋아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람의 모습을 담았고, 울라프는 코믹 캐릭터지만 가끔 의미 있는 대사를 많이 하죠. 우리가 가끔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감동하는 것처럼요."
그는 "안나가 이타적인 사랑으로 엘사를 구하는 마지막 장면이 이 모든 요소가 합쳐진 장면"이라고 말했다.
"'겨울왕국' 제작과정은 제게 크나큰 즐거움이었는데 많은 관객이 받아들여 줘서 더욱 기쁩니다. 그 어떤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쉬운 작업은 없지만 '겨울왕국'은 제가 했던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보람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