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요시모토 바나나가 건네는 조건 없는 위로

신작 소설 '도토리 자매' 출간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키친'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50)의 신작 소설 '도토리 자매'(민음사 펴냄)를 읽다 보면 연상되는 작품이 있다. 같은 일본 작가인 덴도 아라타의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이다.

2008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소설에는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생면부지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일본 전역을 떠도는 청년 시즈토가 있다. 그는 누군가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가 누구든 왜 죽었든 상관없이 사망 장소에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요시모토의 신작 소설 역시 그 밑바탕에 흐르는 정서는 비슷하다. 외로운 누군가가 보내온 메일에 답장을 보내는 '도토리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그 행위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위로라는 점에서 '애도하는 사람'의 무조건적 애도와 같은 색채를 띤다.

사회학적으로는 개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풍미한 시대가 지나가고 사회적 단결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현재 일본의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도토리 자매'는 언제든 메일을 보내면 언젠가는 답장이 오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이름이자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돈코'와 '구리코' 자매를 가리킨다. '돈코'와 '구리코'의 합성어인 '돈구리'는 우리말로는 '도토리'를 의미한다.

낭만적인 성격의 부모님에게서 실컷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자매는 어느 날 갑작스러운 트럭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친척들의 집을 돌면서 자란다.

차밭을 일구는 삼촌 집에서는 삼촌의 죽음으로 헤어짐을 겪고, 부유한 의사 부인인 이모집에서는 냉랭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지냈다. 그리고 마지막, 쇠약해져 있던 할아버지의 집에서 고요한 작별 의식을 보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빛나던 그 모든 순간을 지나 어른이 된 돈코와 구리코는 둘이 처음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사람은, 뭐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떤 일이든 괜찮은데, 뭐랄까, 그런 일을 하는 편이 건전할 것 같아. 우리 할아버지를 죽 보살폈는데, 그 일이 끝나면서…… 많은 걸, 얻었잖아. 말로 하자니 좀 다른 것 같지만, 돈이나 집 그런 거 말고 말이야. 그러니까 사랑을. 그걸 큰 부담 없이 하느님에게 돌려줄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 생각해 봤어. 우리 둘의 재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43~44쪽)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따스한 마음을 잊지 않고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는 데 동의한 두 사람은 비밀리에 '도토리 자매'라는 홈페이지를 열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무수한 편지에 답장하기 시작한다.

광고
광고 영역

활달한 연애 지상주의자 돈코와 내성적이고 신중한 구리코, 모든 면에서 서로 다른 자매지만 둘의 삶은 '도토리 자매'를 운영하면서 점차 같은 색으로 물들어간다.

세상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 담긴 이 소설은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순수해지는 작품이다.

또 하나, 가수 이승기의 열혈 팬이자 지한파 작가로 알려진 요시모토답게 소설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난다. 돈코는 한국인 남자 친구와 함께 서울을 찾는데, 이러한 설정을 통해 작가는 '고려 삼계탕', '참숯골', '프로 간장게장' 등 유명한 한식 맛집의 실제 상호명과 가게의 인기 메뉴를 자세히 묘사한다.

한국 로드샵 화장품의 사랑스러움에 감탄하고 한국이라는 장소의 역동성과 생생함에 대해 애정을 표한다. 이야기 속 서울 풍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출간된 소설로,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난주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