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여성에게 이유없이 둔기를 휘두른 10대 '묻지마 폭행' 피의자가 경찰의 선처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됐다.
경찰은 홀아버지를 모시고 어렵게 살면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피의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구속이라는 철퇴보다 선처를 택한 것이다.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발생했다.
귀가하던 여중생 A(15·중3)양은 누군가 따라오는 기척을 느끼곤 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괴한은 야구방망이로 A양을 때렸고 A양은 가까스로 방망이를 팔로 막았다.
오른팔을 움켜잡은 A양은 "살려달라"며 내달리기 시작했고 괴한은 뒤를 쫓았다.
수 십m 앞에서 길을 걷던 여대생 B(19)씨도 변을 당했다.
도망가던 A양을 쫓는 것을 포기한 괴한이 B씨에게 덤벼든 것이다.
B씨는 야구방망이로 어깨 등을 폭행당했다.
이를 목격한 C(53)씨는 주저하지 않고 괴한에게 달려들었고 이내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사이 C씨는 괴한에게 머리와 배 등을 방망이로 맞았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가세해 괴한을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 10여 분간 자행된 묻지마 폭행은 끝이 났다.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D(18)군은 아르바이트하던 식당 동료들과 회식을 하던 중 무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유로 인근 가게에서 야구방망이를 구입했다.
집에 들어가 청테이프로 오른손과 방망이를 감은 D군은 골목길로 나와 '지나가는 아무나 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A양에게 덤벼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아버지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던 중 D군이 1년여 전부터 아무 이유없이 집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불안해하는 등 정신 이상증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순탄치 않은 가정환경 탓에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사실도 알게 됐다.
아버지는 경찰에서 "아들을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D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구속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하고 무료로 치료해 줄 방법을 수소문했다.
성남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이런 딱한 사정을 듣고 정부 지원과 인근 병원 협조를 얻어 21일 D군을 무료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박형준 성남수정경찰서장은 "사건으로만 보면 구속 수사할 수도 있지만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피해자들에게도 보상과 치료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