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 정상회의가 25일 쿠웨이트에서 개막했다.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3년 넘게 이어져 14만 명 넘게 희생된 시리아 유혈 사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실제 사우디의 셰이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시리아 반군이 무장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면서 "전 세계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살만 왕세제는 "시리아 전장에서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반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세력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도 개막회의에 참석해 반군 무기 지원을 촉구하며 아랍연맹이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해 도하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의 주도로 반정부 단체가 차지한 시리아 대표 자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공석으로 남겨져 자르바 의장은 별도로 마련된 자리에서 연설해야 했다.
자르바 의장은 연설에서 시리아 대표 자격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며 이 같은 조치가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살상을 저질러도 좋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빌 엘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반정부 단체가 시리아 대표로 공식 인정받기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시리아는 2011년 11월 아랍연맹의 결정으로 회원 자격이 정지됐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특사도 회의에 참석해,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을 설명했다.
유엔은 지난 1월 이른바 '제네바-2' 회담을 다시 열었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테러리즘 척결을 우선 의제로 내세우고 반정부 단체는 과도정부 이행을 주장해 지난달 2차 협상까지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브라히미 특사는 그러나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양측 모두에 무장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브라히미 특사는 전날에는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 단체 사이의 대화가 당분간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랍연맹 각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23일 준비회의에서 시리아에서 정전 이행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헌장 7장에 따른 강제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최근 불거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아랍 국가와 카타르 사이의 불화는 공식 의제에서는 제외됐다.
지난 23일 외무장관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의 칼리드 알자랄라 외무부 차관보는 이 문제가 아랍연맹이 아닌 걸프협력이사회(GCC)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후에서 의장국 쿠웨이트는 관련국 간 불화를 진화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랍 국가 사이의 불화는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의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최국 쿠웨이트 국왕을 포함해 13개국 정상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연대'를 주제로 한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와 바레인은 살만 왕세제와 살만 빈 하마드 알칼리파 왕세제가 각각 참석했고 오만은 사이드 아사드 빈 타리크 알사이드 국왕 특사를 보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연방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 가운데 하나인 푸자이라의 셰이크 하마드 빈 무함마드 알 샤르키 통치자가 셰이크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걸프협력이사회(GCC)에서는 주최국 쿠웨이트를 제외하고는 카타르만이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이 직접 참석했다.
하마드 국왕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이집트에 정치적 대화를 제안하는 한편,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가 국내 수니파 무슬림을 차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UAE, 바레인이 최근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카타르 정부의 입장에 항의하며 도하 주재 각국 대사를 소환하고 이집트마저 이에 동참했으나 카타르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차기 정상회의 주최국인 이집트의 아들리 만수르 과도정부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테러리즘에 대한 아랍 국가의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이집트와 사우디는 카타르가 지원하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한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정상회의에 참석, 지난 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