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역 일당 5억원' 논란으로 대법원이 노역장 유치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하면서 어떤 방안이 논의될지 관심을 모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벌금 대신 노역장에 유치하는 환형유치(換刑留置) 제도를 고치거나 새로운 벌금 부과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양형기준을 정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우선 대법원은 논란의 직접 원인이 된 환형유치 제도의 손질을 검토키로 했다.
환형유치는 벌금을 내지 못하면 그 대신에 교정시설에서 노역을 하는 제도다.
형법 제69조에 따르면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내야 한다.
이를 내지 못하면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돼 숙식을 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
통상 일반인은 노역 일당이 5만원선에서 정해진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노역장 유치를 위한 1일 벌금액수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벌금 산정시 범죄자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통상 일반인 1일 노역 일당은 5만원이다.
다만 1일 벌금액은 법원의 재량으로 결정해 고액 벌금형의 경우 이번처럼 '일당 5억원'이라는 상식 밖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벌금을 못 낼 경우 노역장에 유치하는 처분은 가난한 사람에게는 벌금이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속박하는 자유형(징역·금고)과 사실상 같은 효과가 생긴다.
반면 부자는 벌금을 엄한 처벌로 생각하지 않아 형벌 본래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법원은 통상 노역 일당을 1일 10만원으로 높이고, 노역장 유치 기간의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 등 개선책을 논의키로 했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먼저 다음 달 초께 자체 기준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중앙지법은 올들어 기소된 사건부터는 1일 노역 일당을 10만원으로 선고해오고 있다.
법원은 수년 전 들쭉날쭉한 구속영장 발부기준이나 양형기준 설정 등의 현안을 개선할 때에도 서울중앙지법이 자체 기준을 발표한 뒤 각급 법원별 검토안을 내놓고 대법원이 최종안을 발표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통해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형법에는 각종 범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이 일정한 기준 없이 혼재돼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출범 이후 각종 범죄의 양형기준을 도입했지만 '어떤 범죄에는 징역 ○년'이라는 식으로 주로 자유형에 대한 양형기준에 치중됐다.
그러나 징역형과 함께 형사처벌의 중요 수단인 벌금형에 대해서도 양형기준을 정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밖에 벌금 총액을 규정하는 현행 '총액벌금제' 대신 각자의 경제력을 감안해 벌금액과 유치 일수를 정하는 '일수(日數)벌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일수벌금제는 벌금을 일수로 정하고 1일 벌금액수는 행위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정하는 제도다.
독일과 미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성공하려면 1일 벌금 액수를 정확히 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범죄자의 경제력을 정확히 조사,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 형법 개정 및 사법개혁 과정에서 숱하게 논의됐지만 채택되지는 않았다.
또 이 방안은 범죄와 관련이 없는 범죄자의 재산을 양형의 참작 사유로 삼는 정도를 넘어 형벌인 벌금액 결정의 핵심 변수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모순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