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고 외관상 상처가 없더라도 가해자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도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구호가 필요했는지 여부를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법원 1부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피해자에게 아무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기소된 46살 이 모 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운전자가 구호 등의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고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피해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구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가 불필요함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다거나 기타 응급조치가 필요 없다는 사정이 객관적이고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단지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었고 외관에 상처가 없었으며 피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사후에 판명됐다는 등의 사유만으로는 구호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씨는 지난해 4월19일 인천에서 승용차를 몰다가 정차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아 운전자에게 전치 2주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씨는 그러나 피해자에게 차량을 도로 옆으로 옮기자고만 한 뒤 연락처를 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기소됐습니다.
이에 대해 1심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구호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