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최근 꿈의 에너지, 지구상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현장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 장치 KSTAR(케이스타)와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현장을 찾아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살펴봤습니다. 어려운 핵융합 에너지를 쉽게 풀어보기 위해 연속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 기사 순서 *
1. 핵융합 발전…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3월 18일)
2. 핵융합이란? "1억 도 가열해 100℃ 물 끓이기" (3월 19일)
3. 삼중수소, 금값을 껌값으로 만드는 보물
4. 영화 설국열차의 판타지, 정말 가능한가?
5. 꿈의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걱정
핵융합에 자주 등장하는 온도가 바로 1억 도입니다. 실제로는 더 뜨겁게 올릴 수도 있습니다. 플라즈마 상태의 물질 온도를 그렇게 높게 올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뜨겁게 해서 뭘 하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물을 끓이는 거죠. 플라즈마를 1억 도까지 올려서 한다는 게 고작 물을 100도 이상까지 끓여 증기를 만드는 겁니다. 그게 핵융합 발전의 기본 개념입니다. 뭔가 심각하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잠깐 1억 도 얘기를 더 하면, 대체 그 온도는 누가 측정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만한 온도를 잴 수 있는 온도계가 없으니까요. 현재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연구장치 KSTAR 속에 있는 플라즈마는 1억 도까지는 안 되고, 수천만 도에 달합니다. 플라즈마 중심부가 더 뜨겁습니다. 온도 측정은 어떻게 했을까요. 비법은 빛을 분석하는 겁니다. 플라즈마에 레이저를 쏘면 이게 원자핵 등에 맞고 산란하는데, 얼마나 산란했는지 그 정도를 측정한다고 합니다. 온도에 따라 레이저가 산란하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플라즈마 온도를 그렇게 올리는 방법 자체도 신기합니다. 핵융합연구소는 이걸 전자레인지에 비유합니다. 전자레인지처럼 고출력의 전자파를 쏴준다는 것입니다. 그럼 원자핵들이 진동하면서 온도가 올라갑니다. 아까 KSTAR의 플라즈마는 1억 도가 안 된다고 했는데, 이 가열 장치가 아직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1억 도는 목표치입니다. 현재 가열 장치는 KSTAR 설계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전자레인지를 더 달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방법으로는 부족한가 봅니다. 중성입자를 고속으로 가속해 뜨거워진 걸 장치 안에 뿌려주기도 합니다. 핵융합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걸 “뜨거운 물을 붓는다”고 표현했습니다.
수천만 도나 1억 도나, 실감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고 뜨겁다는 것만 이성적으로 느껴지겠죠. 100도의 끓는 물만 손에 닿아도 앗 뜨거워, 엄마를 찾는 현실과는 동 떨어진 온도입니다. 이렇게 뜨거운 걸 핵융합 장치 안에 담으면 용기가 녹아내리지 않을까요? 수천만 도, 1억 도의 온도를 견디는 물질을 누가 발견했을까요? 인공 태양을 담는 그릇은 대체 무슨 재질일까요.
녹는점이 가장 높은 건 탄소입니다. 4,000도가 넘습니다. 그 다음이 텅스텐인데 3,400도 정도입니다. 플라즈마 온도에 비하면 '겨우' 3,400~4,000도입니다. 그런데 1억 도의 플라즈마를 가둬놓는다? 닿기만 해도 순식간에 녹아서 흐물흐물 녹아내릴 겁니다. 용기가 곧 증발해버리겠죠. 과학자들은 그래서 플라즈마가 핵융합 장치 내벽, 즉 토카막이라고 부르는 곳의 표면에 닿지 않게 살~짝 띄우는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미 1950년대에 말이죠. 플라즈마가 3억 도, 그 이상으로 올라가도 진공용기가 녹아내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인공 태양을 지구가 녹아내리지 않게 그릇에 담아놓을 수 있는 비법입니다.
그럼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장치 내벽에서 어떻게 띄울까요. 산 넘어 산입니다. 그건 자석을 이용했습니다. 장치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 상태의 뜨거운 물질이 벽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기부상열차가 레일에 닿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자석을 이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구리를 이용한 자석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전기를 흐르게 하면 저항이 생겨서 계속 뜨거워집니다. 잠깐 쓰는 건 문제가 없지만, 24시간 365일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구리를 못마땅하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구리 자석은 계속 식혀줘야 합니다. 즉, 발전소를 계속 멈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구리는 자격 미달입니다.
그래서 KSTAR가 쓰는 것은 초전도체로 만든 자석입니다. 초전도체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를 휘감고 있습니다. 현재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터에도 초전도체 자석이 들어갑니다. 초전도체는 구리와 달리 전기를 흘려도 저항이 없기 때문에 자석 온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발전소를 멈춰야 하는 장애물 하나를 이렇게 또 치운 셈입니다. 세계 과학자들이 인공 태양을 띄우기 위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온 얘기를 듣고 있으면 경이롭습니다.
대전에 있는 강소기업 KAT가 이 초전도체를 만들고 있습니다. 0.816mm밖에 안 되는 초전도체 필라멘트를 3,400개 합쳐서 케이블을 하나씩 만드는 일입니다. 초전도체는 주석과 티타늄의 합금입니다. 이 기업은 이터에 4년간 초전도체 93톤을 납품했습니다. 1톤에 9억 원입니다. ITER 이터는 참여국의 품앗이 개념으로 건설 중이어서 우리나라는 KAT가 조달 물량을 다 납품했는데, 지금은 일본에 할당된 물량까지 납품하고 있습니다. 일본 조달 물량을 우리 기업이 납품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2008년에 이미 ITER의 품질 인증을 받은 KAT가 일본 기업보다 우수하고 저렴하게 초전도체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한 이런 복잡한 궁리는 결국 물을 100도로 끓이기 위한 것입니다. KSTAR의 경우 뜨거워진 진공용기를 식히기 위해 상수도를 끌어와 냉각합니다. 이때 용기는 식고, 냉각수는 뜨거워집니다. 그러면 물이 끓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발전을 해보자는 게 핵융합 발전의 기본 개념입니다. 냉각수는 진공용기 속에서 이른바 '블랭킷'(blanket)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식히고, 동시에 발전까지 하는 두 가지의 목적을 지녔습니다. KSTAR의 경우 물은 냉각까지만 하고, 실제로 터빈을 돌리지는 않습니다. 1억 도의 플라즈마로 물만 끓인다니까,아직도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핵융합 발전은 남는 장사입니다. 수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1억 도까지 올린다고 하지만 그건 처음뿐입니다. 핵융합 발전이 노리는 것은 핵융합의 ‘연소’ 반응입니다. 연소는 일반적으로 불이 활활 타는 산화 반응을 뜻하지만, 과학자들은 핵융합에도 그 단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합니다. 핵융합이 시작돼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걸 연소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을 처음 일으키기 위해, 즉 어떤 임계점에 다다르기 위해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고, 한 번 연소가 시작되면 약간의 에너지만 공급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가 발전의 꿈입니다.
과학자들은 이게 남는 장사인지, 손해 보는 장사인지 계산하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간단하게 ‘Q’라고 부릅니다. 투입 대비 몇 배의 에너지를 뱉어내느냐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이터(ITER)의 경우 Q가 10이 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입한 에너지의 10배를 내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 개념은 핵융합 장치의 운전을 시작해 멈출 때까지를 계산한 것이 아니라, 핵융합 장치의 불이 활활 타고 있는 동안 계속해서 10배의 에너지를 내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투입한 에너지는 알겠는데, 나온 에너지는 어떻게 계산할까요. 그건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의 개수를 측정해서 계산한다고 합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해 헬륨이 되면 중성자 하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결국 플라즈마를 1억 도까지 가열하는 것은 핵융합 발전소가 자가 발전을 시작하도록 한 번의 '시동'을 걸어주는 셈입니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감수: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이현곤 기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