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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과시용 탁상행정'에 길 잃은 여성안심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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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서울시가 내세운 정책 가운데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시장이 공통 적으로 매우 신경 쓴 정책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아시는 분은 서울 시정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 것은 물론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현 시장이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관도 상당히 통찰력 있게 파악하는 분입니다. 정치적 지향점이 매우 다른 두 사람이지만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성'에 대한 존중감이 남다르고, 여성은 꼭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고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모두 신념에 가까울 만큼 임기 내내 강조했고, 또 강조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여성정책입니다. 정무 부시장을 파격적으로 외부에서 여성으로 영입했던 오 전 시장은 "여성이 행복해야 남성도,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다"며 '여성행복'을 줄여서 '여행(女幸)'을 시정의 주요 방향으로 설정했고, 박원순 시장은 '여성안심특별시'를 아예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다양한 여성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성안심택배'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온 서울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성을 위한 공공서비스입니다. '여성안심택배'란 남성이 대다수인 택배기사를 집에서 마주치는 것이 여성들에겐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는

배려에서 시작됐습니다. 홀로 사는 직장 여성들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경비실에 받아주지 않으면 택배를 받는 일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24시간 안전한 공공장소에 택배함을 설치해서 언제든 여성들이 편한 시간에 택배를 찾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여성안심택배'의 취지입니다.

지난해 처음 '여성안심택배'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저는 꽤 참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대담론보다는 디테일에 강한 박원순 시장의 스타일이 잘 묻어난 정책이라고 판단했죠. 사실 거창하게 "여성일자리를 앞으로 몇 년 안에 얼마나 만들겠다"는 뜬구름 잡는 정책보다는 이런 정책이 여성들에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멋진 아이디어가 실제 행정 현장에서 얼마나 잘 집행되는가 입니다. 특히나 이런 서비스는 여성들의 잠재적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택배함 위치선정과 운영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여성안심택배가 시행된 이후, 반응이 좋다고 자평했던 서울시는 올해 추가로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말 이 서비스는 잘 시행되고 있는 걸까? 직접 현장을 들여다 봤습니다. 막상 취재해 보니 안타까웠습니다.

오랫만에 나온 아주 멋진 행정 아이디어가 일선 행정 현장에선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 채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50곳 가운데 취재진이 확인한 5곳은  아예 밤에 이용이 불가능했습니다. 5곳 모두 동 주민센터나 복지센터 내부에 있어서 그곳의 업무시간이 끝나면 아예 출입구가 봉쇄되기 때문입니다. 24시간 365일 언제든 편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인데, 기본이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서울시가 정작 안심택배함의 위치 선정과 관리는 구청에 맡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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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구청은 어떤 곳에 여성안심택배함을 배치했을까요? 서울시내 50곳인 여성안심택배함의 위치를 전부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동 주민센터나 복지관이었습니다. 동 주민센터나 복지관의 경우는 밤에는 문을 닫아서 주변에 불조차 켜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말입니다. 지하철역 내부나 버스정류장 부근 등 접근성도 좋고 사람들의 왕래도 많아서 24시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시민 들의 편의와 안전이 제일 중요한 서비스인데, 행정 편의주의에 본질은 망각 된 겁니다.

심지어 강서구의 한 공용주차장에 있는 여성안심택배함은 여성안심택배가 얼마나 '과시용 탁상행정'으로 전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낮에도 선뜻 들어가기 무서운 으슥한 공용주차장 한 켠에 있는데 저녁에는 아예 전등 하나 없어서 사물을 식별하기도 어려울 만큼 깜깜한 곳에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바로 앞에 남자화장실이 있어서 남자들이 계속 오가는 곳이라는 겁니다. 주차장에 남자 화장실 앞, 그것도 모자라서 조명 없는 으슥한 공간에 여성안심택배함을 설치하는 그 무신경하고 무성의함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서울시와 각 구청 공무원들이 여성안심택배함 정도의 행정 서비스는 충분히 운용할 수 있는 뛰어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그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이 세심하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제발 이번 SBS 보도를 기점으로 여성안심택배함이 명실상부한 서울시의 대표적인 여성을 위한 공공서비스로 거듭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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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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