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러시아로 귀속을 결정하면서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함에 따라 제재 강화를 앞세운 엄포와 타협 요구만으로는 사태를 돌이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주민투표 통과에 이은 크림 자치공화국의 신속한 러시아 귀속 추진으로 EU의 단결력과 위기해결 능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에 대해 내놓을 제재 카드는 EU의 사태 해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 관심을 끌고 있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만나 크림반도 위기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크림반도 출신 인사 21명을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일 안에 추가적인 제재가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명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측근 인사의 포함 여부가 주목됐지만, 핵심인사들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평가가 엇갈렸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됐다.
정부 각료 등 협상 대상까지 제재 명단에 오르면 외교적 해결이 요원해진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재 대상이 소수 크림반도 위기 관련 인물로만 국한됨으로써 효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분열이 임박했는데도 EU의 대응은 여전히 경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압박 효과가 높은 금융자산 동결과 교역 중단 등 경제적 제재는 부메랑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EU의 결단은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의 제재에 러시아가 보복으로 맞서면 당장 유럽 수요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돼 유럽 경제에 타격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6천여 개 기업이 러시아와 무역관계를 유지하는 독일이 러시아 경제 제재 확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해법을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면서 EU의 우크라이나 포용 전략이 성급했다는 자성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EU 관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역사적 관계에 대한 성찰 없이 무리하게 우크라이나 편입을 추진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방송은 독일 등 일부 회원국에서는 EU 외무장관들이 지나치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호의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며 EU가 결단력을 보이지 못하면 러시아에는 균열을 파고들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