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기르던 개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가운데 방역당국이 이를 조사하는 과정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또 방역당국은 AI 감염 사실만 공문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알리고 정확한 분석결과는 제공하지 않아 일선 지자체가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오늘(17일) 충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천안 풍세면 용정리의 한 농장에서 기르던 개 3마리에서 채취한 혈액 시료를 전달받았습니다.
이 농장은 지난달 18일 고병원성 AI로 확진되면서 사육 중이던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한 곳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농장에서 키우는 모든 가축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한 검역본부는 정밀 분석 결과 개 한 마리에서 AI 항체가 생긴 것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11일 충남도 등에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시료를 채취할 때 개별 표시를 하지 않아 3마리 중 어떤 개에서 H5N8형 AI 항체가 검출됐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도는 3마리 모두 농장 내에 격리하고 소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 개체에 대한 별도의 관리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검역본부는 감염 경로에 대해서도 농장 관계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AI 감염 닭을 먹어서 전이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 수의직 공무원은 "닭에서 개로 이종간 AI가 감염된 것이 농림부에서 밝혔듯이 개가 실제로 AI에 감염된 닭 폐사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철새의 분변 등을 통해 그런 것인지는 확인이 안된다"며 "농장에서 닭이 죽으면 보통 개한테 먹이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정확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조류에서 포유류로 이종간 AI가 전이된 사실을 너무 늦게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검역본부는 지난 11일 해당 자치단체에 통보한 뒤 14일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까지 사흘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인체 감염' 여부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로 볼 때 분석결과 내용을 제때 공개하고 인체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에는 AI가 닭에서 개로 전염됐다고 해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개와 고양이는 호흡기 구조가 닭과 비슷하지만 사람은 전혀 달라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초로 이런 사례가 나왔으니 장기적으로 또 다른 포유류 동물에 대한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항체 양성 가축에 대한 후속처리와 사후 관리 방안에 대한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