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16일 새누리당사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공항에서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낸 김 전 총리는 출마 선언에선 '화합'과 '문제 해결', '미래개척'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이제 4월25일 경선일까지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전직 국무총리와 재벌가 출신 7선 의원, 여성 경제 전문가의 대결은 새누리당 입장에선 회심의 흥행 카드이기도 합니다.
현역 박원순 시장과 겨룰 새누리당 주자들은 제각각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약점을 상쇄하려는 전략을 펼 걸로 보입니다. (기사 내 후보 배치는 가나다 순)
◇ 김황식 前 총리…강점 "경륜·호남" 약점 "MB 정부 그림자"
김 전 총리는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치며 사법부와 행정부를 두루 섭렵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전 총리 캠프에서는 '경륜'을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로 여깁니다. 김 전 총리 스스로도 16일 출마 선언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국정경험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40년 넘는 사법·행정 분야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 행정을 꾸려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겁니다. 무엇보다 감사원장, 국무총리에 임명됐을 때 인사청문회를 통해 혹독한 검증 과정을 무탈히 끝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전남 장성 출신인 김 전 총리는 여권에 몸담았으면서도 '호남' 출신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MB 정부에서 총리로 기용된 것은 대표적인 지역 탕평 인사로 꼽힙니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도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득표에 큰 도움이 될 걸로 새누리당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본선에 오를 경우 서울의 호남 향우회 표가 양분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반면 호남의 확장성을 낮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몽준 의원 측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은 호남 출신 새누리당 후보 보다는, 비호남 출신 민주당 후보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김 전 총리도 약점이 있습니다. 김 전 총리가 본선에 오를 경우 민주당은 MB 정부에 몸담았던 점을 거론하며 'MB 정부의 실정'을 파고들 우려가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인데, 김 전 총리 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기색입니다. 김 전 총리측 관계자는 "4대강 사업 등 MB 정부 시절과 엮어 비판하는 기류가 있겠지만, 총리가 확고한 대응논리를 갖추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 이혜훈 최고위원…강점 "경제 전문가·여성" 약점 "낮은 인지도"
'원조 친박' 이혜훈 최고위원은 '여성'과 '경제통'이라는 2가지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국회 기재위 소속으로 활동하는 등 경제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공약을 발표한 이 최고위원은 슬로건도 '결국은 경제 그래서 이혜훈'으로 정했습니다. 2007년 박근혜 경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역임하기도 한 이 최고위원은 '원조친박' 당원들의 지지를 제법 받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김황식 전 총리와 정 의원이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 최고위원은 '안전'과 '경제' 분야에서 구체적인 공약을 속속 내놓고 있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낮은 편이어서 쉽지않은 싸움이 될 걸로 보입니다.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투표 30%, 여론조사 20%를 합산하는 경선에서 일반 국민의 의사가 50%나 되기 때문에 인지도를 빨리 끌어올리는 게 숙제입니다. 그래도 이 의원 측은 이제 후보군이 확정됐고 지지율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 정몽준 의원…강점 "높은 인지도" 약점 "재벌-서민구도에 취약"
FIFA 부회장,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낸 정 의원은 2002년 월드컵 뒤 대선 후보로 나섰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일화를 깨고 지지를 철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家 기업인, 국제 스포츠계 거물, 7선 의원 등의 이력을 쌓으며 인지도 면에서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 앞서 있습니다. 새누리당내 후보 적합도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현재까지는 2위 김황식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습니다.
정 의원 측은 특히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인 중년 노년층 외에도 20대에서도 득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대 젊은 층들 사이엔 어린 시절 2002 월드컵을 경험하며 정 의원에 대한 인지도가 높게 형성돼 있고, 다수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16일 명동에서는 정 의원과 사진을 찍으려고 먼저 다가서는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했습니다.
약점은 본선에 나갈 경우 통합야당이 '재벌 대 서민'의 프레임을 짤 경우 대응분명하다는 점입니다. 2008년 당대표 경선 때 '버스비 70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정 의원 입장에선 '재벌가 정치인'대 '시민운동가 출신 서민 시장'의 구도를 깨는 게 숙제입니다. 그래서 정 의원은 '일하는 시장 대 한 일 없는 시장'의 구도를 들고 나왔습니다. 용산 개발 재개를 들고 나온 것도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밖에 1조6천억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주식의 업무 연관성 문제도 선거 내내 정 후보측을 괴롭힐 소재로 보입니다.
이제 새누리당 빅3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됩니다. 경선이 얼마나 치열하게,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느냐에 따라 새누리당 본선 후보의 경쟁력도 좌우될 걸로 보입니다. 40일 남짓 뒤인 4월25일 서울시장 경선에선 어느 후보가 본선 진출권을 따낼지 관심이 뜨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