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향배가 관심입니다.
이미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의 진술로 문제가 된 3건의 문서 중 싼허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답변서는 사실상 위조된 것으로 판명된 상태여서 누군가는 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답변서는 '국정원의 입수요구→김씨 입수→국정원 전달→검찰 제출'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검찰은 이같은 전달경로를 되짚어가며 각 단계에서의 위법 여부와 함께 개입에 관여한 인물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미 문서 위조를 시인한 만큼 국정원이 위조를 사전에 요구했는지, 사후에 인지했는지, 위조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한 검찰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의 폭과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사법처리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는 싼허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제출한 협력자 김씨입니다.
김씨는 국정원의 지시로 답변서 입수를 요구받은 뒤 이를 위조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외국의 공문서는 공문서 위조죄의 대상이 아니어서 김씨에게는 사문서 위조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김씨의 국적입니다.
검찰은 김씨를 중국 국적의 탈북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적인 김씨가 중국에서 문서를 위조했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외국인이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씨가 국정원과 짜고 문서를 위조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국정원 직원과 김씨는 위조사문서 행사의 공범이 돼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다만 중국이 자국민인 김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요청할 경우 우리 사법부에서 별도 재판을 진행해 인도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김씨와 국정원 직원들이 유우성(34)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위조를 공모했다면 단순 사문서위조에 더해 국가보안법상 엄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보안법 12조(무고·날조) 1항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각조의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항은 "범죄수사 또는 정보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 1항을 행위를 한 때에도 1항의 형과 같다.
다만 법정형의 최저가 2년 미만일 때는 이를 2년으로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형법상 간첩 행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따라서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날 경우 이에 관여한 수사기관 관계자도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국정원 수사를 지휘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기소한 검찰 관계자들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지도 관심거리입니다.
앞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유우성씨 간첩혐의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참여한 검사 2명과 선양총영사관에 근무하는 국정원 소속 영사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냈습니다.
수사와 공소유지에 참여한 검사들이 만약 국정원과 공모해 법정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고 공소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역시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증거 조작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국정원이 가져온 증거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어 외교절차를 거쳐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위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위조 사실을 인식했다면 방조죄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범죄의 '완성'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방조죄 적용 여부가 엇갈릴 수 있습니다.
만약 문서 위조가 이뤄진 순간 범죄가 완성됐다고 본다면 방조죄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위조된 문서를 법정에 제출하기까지 범죄행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방조죄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경우 어느 시점을 범죄의 완성으로 볼지에 대한 확립된 판례가 없어 법리적으로 다툼이 예상됩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