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희룡 전 의원이 6·4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 후보로 출마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제주도지사 선거판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합의함으로써 이들 당 소속 제주지사 후보자들의 이합집산이 불가피해 제주지사 선거 구도가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5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제주도지사 선거 후보 경선은 당헌·당규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나도는 새누리당의 원희룡 전 의원 제주지사 후보 전략공천설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우 지사는 경선 방식이 바뀌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추측하지 마라. 탈당하라는 말이냐"며 "그런 일(전략공천)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애써 강조했다.
우 지사는 원 전 의원에 대해 "훌륭한 사람, 대한민국을 위한 큰일 할 사람이고, 젊고 정의롭고 바르게 커야 할 분이기에 좋은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 전 의원의 출마를 경계하면서도 경선에 나오면 경선할 수밖에 없다며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을 뜻도 내비쳤다.
우 지사가 이날 갑작스럽게 경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새누리당이 최근 원 전 의원을 제주지사 선거 후보로 차출,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견제로 보인다.
우 지사는 지난해 11월 새누리당에 입당했으면서도 그동안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채 지사 선거와 관련한 말을 아껴왔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중앙당으로부터 제주지사 선거 출마 압박을 받아 온 원 전 의원이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혀 우 지사의 향배가 주목된다.
원 전 의원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간곡히 얘기를 하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외면만 할 수는 없다"면서 "다음 주 초까지 당 공천 신청이 마감되니 이번 주 정도면 가닥을 잡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지사는 원 전 의원의 확실한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4일 오후 급히 상경, 원 전 의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우 지사는 일단 공식적으로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새누리당이 원 전 의원을 밀어주려고 전략공천이나 여론조사 등의 방식으로 제주지사 후보를 결정하려 할 경우 상당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정가에서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우 지사가 새누리당이 원칙을 어겼다는 명분을 내세워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새누리당의 원 전 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에 대해서는 제주도당과 다른 후보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설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4일 상향식 공천 원칙에 따라 당헌·당규가 규정한 대로 제주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 선거인단대회를 치를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공직자추천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제주를 우선 추천 지역에 포함해 여론조사 방식이나 전략공천으로 도지사 후보자를 선정하면 상향식 공천을 천명한 새누리당에 대한 도민사회의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상향식 공천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 5·31선거와 2010년 6·2선거 등 두 차례에 걸쳐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이라는 중앙 유력인사를 제주도지사 후보로 공천했지만 뼈아픈 낙선을 경험했다며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지역 주민을 무시한다는 정서가 번져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원 전 의원은 제주 지역에서 선거 경험이 전무하고 지역적 기반과 연고 조직이 미흡해 본선에서 야권이 추진하는 제3지대 신당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아니라며 경선을 통해 도지사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당 김경택 제주지사 예비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이 제주를 우선 추천 지역에 포함한다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도민 모두가 인정하고 예비후보들이 납득할만한 공정한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전략공천 움직임을 비판했다.
새누리당 제주지사 예비후보는 이들 말고도 김방훈 전 제주시장, 양원찬 재외 제주도민회 총연합회장이 있다.
한편,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따라 김우남 국회의원,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신구범 전 제주지사 등 야권 후보들은 경선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민주당에서는 김 의원과 고 전 사장, 새정치연합에서는 신 전 지사와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이 경선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신당을 창당하면 누가 유리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체로 신당 창당에 찬성하면서도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창당 진행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고희범 예비후보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근원적으로 일치하는 것이었고,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도 애초부터 같은 입장이었기에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신당 창당 합의를 환영했다.
(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