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거액을 들여 일본풍 거리를 만들었다가 '눈 가리고 아웅'식 리모델링이라는 비판을 받자 사업을 중단한 인천의 한 지자체가 이번엔 러시아풍 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겉모습만 외국 건물을 본뜬 특화거리를 역사적 고증없이 무분별하게 또 짓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27일) 인천시와 중구에 따르면 구는 16억6천만원을 들여 중구 우현로 35번길 250m에 러시아 특화거리를 조성할 방침입니다.
올해 안에 이 일대 도로와 인도를 정비하고 모스크 양식의 러시아 상징 조형물과 홍보용 대형 디지털 기기 등을 설치합니다.
또 연안부두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인근의 차이나타운 등과 연계해 관광객 유치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구는 2007년 구청 앞 도로에 일본풍 거리를 만들었다가 시민단체와 학계의 비판을 받고 사업을 중단한 바 있어 이번에도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당시 구는 4억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청 앞길에 일본풍 거리를 조성했습니다.
구청 정문 앞 14채가 구의 지원을 받아 건물 외벽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러나 리모델링이 건물 앞면에 30㎝ 정도 두께의 일본 건물 풍 목재 장식물을 덧댄 것에 불과해 역사적인 의미가 없는 '겉치레' 복원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건축주가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은 일부 건물들은 일본식 치장을 하지 않아 중간 중간 이가 빠진 듯 그대로 남았습니다.
비판 여론이 일자 2008년까지 제물포조약길 일대도 일본풍 건물로 바꾸려던 리모델링 2단계 사업은 아예 중단됐습니다.
일본풍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양모(35·여)씨는 "가끔 손님들이 '원래 일본 건물이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리모델링 이후 장사가 더 잘되는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풍 특화거리 조성사업의 추진 과정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구의 이번 사업은 지난해 11월 인천시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송영길 시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훈장을 받는 등 러시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시가 개항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구에 러시아풍 거리 조성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후 시는 중구 우현로 39번길을 러시아 거리로 만들 계획을 세웠고, 건물 외벽을 러시아풍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수립했습니다.
그러나 시가 계획한 우현로 39번길은 구가 이미 다른 외국 거리 조성 계획을 세워둔 곳이어서 구는 39번길 아래 도로인 35번길에서 러시아 특화거리 조성 사업을 따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시와 구가 각기 추진하는 두 특화거리 모두 사실상 러시아와 특별한 관련이 없습니다.
상권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을 감안하다 보니 선택됐다는 게 구의 설명입니다.
구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풍 거리 조성 당시 제기됐던 비판을 받아들여 이번에는 외관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도 함께 채울 생각"이라며 "러시아와 관련해 어떤 콘텐츠로 채울지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