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에 사망 사실을 알려도 사망자 명의의 신용카드는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25일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주에 사는 이모(39)씨는 지난해 7월에 지병으로 숨진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서비스 54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씨는 어머니의 사망신고를 한 뒤 어머니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3개월간 현금서비스를 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금융기관이나 카드사로부터 어떠한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가 3개월간 이어지자 카드사에서 이씨 어머니 결제계좌를 조회해 카드 사용자의 사망으로 지급이 정지된 사실을 알게 돼 이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문제는 사망자의 카드가 가족이 아닌 이를 악용하는 범죄자의 손에 들어갔을 때다.
현행법상 사망자의 배우자나 직계가족이 금융감독원이나 금융민원센터, 은행 등을 통해 상속인 금융거래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금융협회를 통해 은행과 농협, 수협, 신협, 금융투자협회 소속 금융회사, 보험회사, 대출전문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우체국, 마을금고, 예탁결제원 조회대상 등의 기관에서 전산으로 사망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범위에서 카드사는 제외돼 사망자 가족이 카드사에 직접 신고를 하지 않으면 카드 명의자의 사망사실을 알 수 없다.
이 같은 행정적 맹점 때문에 보통 카드사에서 연체 사실을 유선으로 알리는 3개월이 지나서야 카드사는 카드 명의자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사건도 이씨가 숨진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3개월이 넘게 사용하고 나서야 카드사가 은행을 통해 사망사실을 확인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에서 카드사가 제외돼 사망자 가족이 신고하지 않으면 카드 사용을 막는 방법이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 카드사 4곳에 확인을 한 결과 "보통 사망자의 가족이 신고하지 않는 이상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행정적인 맹점이 범죄에 악용되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범죄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면서 "사망자의 가족들은 최대한 빨리 금융기관과 카드사에 사망 사실을 알려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