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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크라이나 국가 분열 현실화?

서부에선 야권 의회 '유럽통합 재추진'…동부에선 '친러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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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대통령직을 지키겠다던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언' 하루만에 대통령 관저를 떠났습니다. 그의 도주 모습이 공항 CCTV에 찍혔습니다. 차를 타고 공항에 들어왔는데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차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국경수비대는 야누코비치 일행이 '뇌물'을 주고 떠나려고 했지만 허락을 받지 못하자 그대로 차를 타고 사라졌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동부도시 하리코프(키예프에 이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로 들어갔습니다.

야권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는 투르치노프 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내세우고 오는 5월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했습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우리는 반드시 유럽 국가의 가족으로 돌아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EU 통합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며, 러시아와 공평하고 정의로운 우호 관계를 정립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본래 러시아 대신 유럽을 지지하던 성향이 강했던 키예프에서는 시위를 막던 경찰이 진압봉을 집어던지고 시위대와 함께 도심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경찰 사이에선 "원래 시위대를 지지했었고, 본래부터 러시아보다는 유럽 쪽을 원했다"는 고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가 도주한 하리코프 등 동부도시에서는 '반 야권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시위대는 레닌 동상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서부 도시들은 폭도와 시위대를 지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망치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러시아 국기도 등장했습니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레닌'을 칭송하는 함성도 터져 나옵니다.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가 민족, 종교, 외세에 따라 동-서로 갈리기 직전입니다.

그러나 주변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외부 지원이 없으면 곧바로 '국가 부도'를 맞을 위기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150억 달러 차관을 주겠다고 하면서 잠잠해지는가 싶었는데, 이번 사태로 20억 달러 우선 지원이 미뤄졌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손을 떼면 그 부담은 고스란이 서방 세계로 돌아갈 처지입니다.

그렇다고 러시아도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넘어가면 완충지대가 없어집니다. 바로 서방 세계의 미사일 방어시스템과 직접 대결해야 합니다. 또 우크라이나를 통해 운영하던 흑해기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모두 우크라이나가 지금 이대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게 오히려 속편할 수 있다는 속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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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득실을 곰곰히 따져보면...우크라이나를 잃게 될 경우 러시아가 입을 타격이 더 커 보입니다. 군사적 중요성에 더해 유럽에 공급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우크라이나를 지나야 한다는 게 러시아로서는 절대적입니다. 이런 점을 우려한 듯 미국의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NBC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군사개입을 할 경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우크라이나 당사국은 물론 러시아, 미국, 유럽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게 없습니다."

일단 그냥 놔두자는 이야기입니다. '분열이 이득이 될 게 없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우크라이나가 동-서로 나뉘더라도 러시아가 입을 손해보다는 미국이 입을 손해가 적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분열된 서부 지역에 대해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러시아는 EU가 중재한 '우크라니아 유혈사태 중단 합의안'을 우크라이나 야권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 대사를 소환했습니다. 뭔가 묘책을 찾는 것 같습니다.

'평화적 분리'가 가능하다면 생각해 볼 만하겠지만, 과거 내전을 거쳐 조각난 유고슬라비아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우크라이나 당사국은 물론 모두에게 비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중한 판단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자국 이익 최우선'이라는 냉혹한 판단 기준이 작용하는 게 국제사회라는 점에서, 정말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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