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이 60여 년 만에 만난 혈육과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한 오늘(22일) 금강산은 서러운 흐느낌과 애통한 울음소리로 흔들렸습니다.
이산가족들이 짧았던 2박3일의 만남을 정리하는 '작별상봉'이 열린 이날 오전 금강산호텔.
이제 1시간 후면 또 영영 작별이라는 생각으로 상봉장은 만남 전부터 침울하고 비통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곳곳에서는 이내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납북어부 박양수(58)씨의 동생 양곤(52)씨는 "형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외치며 아들 종원(17)군과 함께 형에게 큰절을 했습니다.
양곤씨는 "42년 만에 만난 형과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진다"라고 말했다. 양수씨는 "통일되면 만난다. 믿음을 가지라"며 우는 동생을 달래다가 곧 동생을 부여안고 오열했습니다.
동생 철호(78)·경옥(76·여)씨와 조카 학남(35)씨와 만난 뒤 상봉 기간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던 이명호(82) 할아버지도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동생 철호씨의 두 손을 잡고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라며 울먹였습니다.
동생 금옥(72·여)·금녀(92·여)씨를 만난 주명순(93) 할아버지는 "우리 또 만날 수 있다. 죽으면 안돼. 난 안 죽어, 죽지 못해"라고 말하며 흐느꼈습니다.
주 할아버지는 60여 년 만에 만난 동생들의 목소리를 행여나 잊을까 봐 녹음기를 가져와 북녘 가족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가족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헤어짐의 슬픔을 이기지 못한 고령자들은 급격하게 기력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오환(85) 할머니는 동생 옥빈(72·여)·옥희(61·여)씨를 끌어안고 울다가 실신해 의료진의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최근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했다가 이번 상봉을 위해 2주 전 깁스를 풀고 온 최정호(91) 할머니는 결국 몸이 아파 작별상봉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남동생 윤호(86) 씨와 여동생 찬호(75) 씨는 "지금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나지 않느냐"라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러나 최 할머니와 동생들은 이후 의무실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습니다.
작별 상봉이 끝나고 남쪽 가족들은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북쪽 가족들은 버스 앞에 나와 눈물을 훔치며 손을 흔들어 배웅했습니다.
양곤씨도 창밖의 형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으며 쉴새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양수씨는 조용히 울면서 손을 흔들어 동생에게 인사했습니다.
40년 전 수원 33호와 함께 납북된 최영철(61)씨도 남쪽의 형 선득(71)씨와의 작별 앞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영철씨는 떠나려는 버스 앞에서 형에게 "형님, 다시 만나려면 통일해야 합니다, 통일"이라며 울었습니다.
차장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댄 형제는 결국 고개를 묻고 오열했습니다.
남쪽 가족들 중에는 종이에 "이모 사랑해", "나중에 꼭 보자"라고 적어 창밖으로 들어보이며 못다한 말을 전하거나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윽고 남쪽 가족이 탄 버스가 출발하자 대부분의 북쪽 가족들은 아쉬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망연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습니다.
일부 가족은 떠나는 버스 뒤를 따라 내달리며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