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살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마상'입니다. 말 馬에 위 上, 한자 그대로 번역하면 '말 위에'라는 뜻입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듣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마상'은 부사로 '바로, 금방, 즉시'로 번역됩니다. '짧은 시간 안의 미래'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마상'이 나타내는 시간의 길이는 손오공의 여의봉 같습니다. 용도는 군 의무대에서 주는 검은 알약처럼 다양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사례1,
식당에 가보니 먼저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식당측에 묻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열에 아홉의 대답은 "마상"입니다. 5분일 수도 있고, 30분일 수도 있습니다.
사례2,
인터넷 상점에서 물건을 시켰는데 예정 기일을 훨씬 넘겨 오지 않습니다. 전화를 걸어 물어봅니다. "제가 주문한 물건은 언제 오죠?" 대답은 역시 "마상"입니다. 실제 물건은 이틀 뒤에 옵니다.
사례3,
화장실 전등이 고장 나서 수리공을 불렀습니다. 앞의 일정이 끝나는대로 오겠답니다. 이틀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입니다. 다시 전화해봅니다. "도대체 언제 오실 수 있어요?" 역시 "마상." 결국 일주일 뒤에 왔습니다.
마상은 5분 안쪽의 매우 짧은 시간에서 일주일까지의 꽤 긴 시간까지 모두 포괄합니다. 현 시점에서 직후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언젠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신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런 제 생각을 중국의 한 역사학자에게 말했습니다. 그 역사학자는 '마상'의 어원과 유래를 살펴보면 당연하다고 설명합니다.
중국 당나라 때 총애를 받는 한 후비가 남방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이 후비는 자신의 고향에서 나는 차를 무척 즐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말을 이용해 운송해도 서북방인 시안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후비는 '왜 이렇게 차가 빨리 안오냐고' 밑의 사람들에게 짜증을 자주 부렸습니다. 그럼 아랫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마상, 마상." 즉, "말에 실려 있어요. 말 위에." 오는 중이니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애초 '마상'이라는 단어는 '5분이나 10분'처럼 정해진 시간의 길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마상'이라고 해놓고 왜 아직도 일이 이뤄지지 않았냐고 따지면 중국인들은 그저 어이 없어 할 뿐입니다.
올해 '말띠 해'를 맞아 '마상'이라는 부사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마상체(馬上體)'라는 새로운 유행이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말 중국 한 누리꾼이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마상유첸(馬上有錢)'이라는 문구와 함께 말 인형 위에 지폐를 올려놓은 모습의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글자 그대로 보면 '말 위의 돈'이지만 '금방 돈이 생길거야'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박이 났습니다. 웨이보에서만 2억 번의 리트윗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2014년 새해 인사는 '마상유첸'이 대세가 됐습니다.
특별한 말 인형을 선물함으로써 새해 인사를 하는 유행도 생겼습니다. 하나하나 설명해보죠.
馬上有福, 마상유푸. '말 위에 복(복주머니)가 있다'이자 '금방 복이 올 거야'라는 뜻입니다.
馬上有對象, 마상두이상. '말 위에 코끼리 한 쌍이 있다'는 '금방 대상(애인)이 생길 거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馬上放架, 마상팡자.' '말 위에 십자가를 놓다'는 '금방 팡자(휴가)를 얻을 거야'라는 의미도 갖습니다.
馬上有一茄, 마상유이체.' '말 위에 가지 하나가 있다'는 '금방 일체(모든 것)를 가질 거야'도 됩니다.기타 '마상유팡(금방 집이 생긴다)', '마상유처(금방 차가 생긴다' 등등도 있습니다.
50 위안(우리 돈 약 9천 원)하는 말 인형을 이용한 이런 덕담은 특히 온라인 쇼핑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 1월에 '마상'으로 상품을 검색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3만7천배가 늘었습니다. '마상유첸'으로 검색한 상품의 거래 건수는 3만8천배 상승했습니다.
수많은 '마상' 제품들 가운데 인기 1위는 역시 '마상유첸'이었습니다. 당장 갖고 싶은 물건에 돈을 최고로 꼽은 셈입니다.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마상' 인형 DIY(Do It Yourself)가 인기 초절정입니다. 직접 말 위에 놓을 물건을 선택한 뒤 인형으로 만들어 선물한다고 합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마상'은 '금방'이라는 뜻입니다만, 어원으로 보면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기 보다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뜻이 더 강합니다. 중국인들의 '마상' 열풍에도 그런 함의가 있다고 보입니다. '금방 온다'는 것보다는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온다'는 강한 기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