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광고·선전을 위해 사람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는 종이를 뜻하는 일본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찌라시의 개념은 조금 다르다. 증권가에 도는 사설 정보지를 일컫는 말로 온갖 루머를 퍼트리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띄고 있다.
SNS의 대중화로 찌라시의 유통 속도와 범위가 넓어지면서 생산 방식과 유통 경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도 커지고 있다.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는 그 물음표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우곤(김강우 분)은 가진 것은 없지만 사람 보는 안목과 끈질긴 집념 하나만큼은 타고난 매니저다. 자신을 믿고 오랫동안 함께해온 여배우 미진(고원희 분)의 성공을 위해 밑바닥부터 달려왔고,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증권가 찌라시로 인해 미진은 대형 스캔들이 휩싸이고, 급기야 자살을 하고야 만다.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찌라시 한 줄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우곤은 직접 최초 유포자를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전직 기자 출신이지만 지금은 찌라시 유통업자로 살고있는 박사장(정진영 분)과 불법 도청계의 레전드 백문(고창석 분)과 손잡으면서 정보가 생성되고, 제작, 유통, 소비되는 찌라시의 은밀한 세계를 알게 된다.
영화는 사설 정보지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연예계와 정재계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더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찌라시는 SNS와 메신저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받아보는 가십이지만 대중들은 정보의 생산과 유통 과정, 진실 유무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 소비하고 있다. 영화는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며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찌라시'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은 사설 정보지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취재를 통해 생산과 유통, 확산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렸다. 우곤이 찌라시 추적을 위해 정보맨들의 미팅에 참석하면서 생산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화가 소개하는 찌라시 제작과정은 이렇다. 실제 기업체 정보담당, 정치 관계자, 기자, 국가 기관 직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인맥들이 모인 주별 미팅을 통해 만들어진다.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이 비밀 모임을 통해 정보 수집과 확인 절차가 이뤄지고, 이후 문서로 제작돼 유통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일명 '공장'이라 불리는 사설 정보지 전문 업체를 거치며 유료화되고, 기업이나 개인이 연간 300~600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받아본다. 그리고 이 문건 중 자극적인 가십성의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면 그것이 SNS를 타고 도는 '찌라시 시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발없는 말이 천리까지 가버리는 찌라시의 놀라운 파급력과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는 루머의 위험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누군가가 손쉽게 받아들이는 거짓이 진실마저도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고도 말하는 듯 하다.
'찌라시'는 소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스토리의 참신함이 다소 아쉽다. 우곤이 정보맨들의 세계에 침투했지만, 겉핥기 식으로 치고 빠지듯 영화도 찌라시라는 소재를 언급는 했지만 본질이나 핵심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은 없다.
또 후반부 추격전과 마무리에 이르는 과정도 평면적으로 펼쳐져 초반의 긴장감이 중,후반에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머 역시 제 역할을 하지못한 채 겉도는 느낌이다. 2월 20일 개봉, 상영시간 121분, 15세 관람가.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