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에어쇼가 지난 16일 폐막했습니다. 아시아 최대 에어쇼여서 선진국 군수업체들의 항공무기 마케팅전이 치열했습니다. 올해는 특히 무인기 판촉이 뜨거웠습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영토 분쟁이 심해지고 있고, 동남아와 중동 지역에서는 여전히 해적과 테러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싼 값으로 해군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입니다.
미국의 보잉과 제너럴 아토믹스, 이스라엘의 엘비트 시스템, 이스라엘 항공산업 등 쟁쟁한 군수업체들이 첨단 무인기를 선보였는데요. 우리나라가 만든 무인기 한 대도 세계인의 관심을 붙잡았습니다. 바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양대, 건국대 등과 공동개발한 근거리 정밀 타격용 자폭형 고속 무인기 ‘데블 킬러(Devil Killer)’입니다. 선진 군수업체가 내놓은 첨단 무인기에 비하면 소박한 무인기인 점은 분명합니다. 무인 공격기라면 작년에 시험비행에 성공한 영국의 극비 무인기 ‘타라니스(Taranis)’ 정도는 돼야하지 않느냐는 밀리터리 마니아들도 계시겠지만 영국과 대한민국의 군수산업 수준 차를 감안해야 하겠지요.
● IHS 제인스가 주목한 육해(陸海) 자폭 무인기 ‘데블 킬러’
우리나라 무인기 수준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런데도 해외 유명 군사 매거진이 헤드라인으로 싱가포르 에어쇼에 전시된 KAI의 데블 킬러를 소개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군사연감인 ‘제인연감’을 만드는 영국의 IHS 제인스 홈페이지(www.janes.com)의 2월19일자 헤드라인 4개 꼭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KAI의 데블 킬러였습니다.
IHS제인스는 데블 킬러를 육상과 해상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자폭형 무인기라고 보도했습니다. 데블 킬러는 애초 전함에 장착된 로켓 부스터를 통해 발사되도록 설계됐는데, 이제는 자체 추진력을 갖춰 전투병들이 휴대했다가 날려 보낼 수도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무게가 25kg 정도이고 날개를 접을 수 있어 보병들이 휴대가 가능한 것입니다. 양 날개 사이에는 폭탄 2kg을 장착할 수 있어서 북한 해안포대에 배치된 어지간한 포는 자폭해서 부술 수 있습니다.
● 데블 킬러는 어떤 무인기
데블 킬러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지난 2012년 9월입니다. KAI는 당시 국방부에서 열린 합동 무기체계 발전 세미나에서 데블 킬러를 공개했습니다. KAI는 북한 전방기지에 배치된 해안포와 다연장 로켓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자폭형 무인기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때 소개된 제원은 동체 길이 1.5m, 날개 길이 1.3m, 무게 25kg입니다. 최대속도는 시속 350km~400km로, 반경 40km에 있는 목표물을 10분 이내에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영상카메라와 위성항법장치를 갖추고 있어 목표물을 자동 식별해 자폭 공격합니다. 연평도에 실전 배치하면 북한 개머리 진지를 4분 이내에 타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서북도서를 점거하기 위해 달려오는 시속 80km의 북한 고속 공기부양정도 추적,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입니다.
가격은 대당 1억원 정도. 실용적인 무인 공격기입니다. 2012년 당시 KAI는 이르면 201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동안 기술 수준을 한단계 높여 자체 동력 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운 단계입니다. IHS 제인스도 KAI 관계자를 인터뷰해서 그 점을 콕 짚었습니다. KAI가 아직은 구매자를 못 찾았다는 겁니다. IHS 제인스가 무겁게 다룰 정도이면 객관적으로도 괜찮은 무인기인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 에어쇼와 IHS 제인스의 호평을 디딤돌 삼아서 KAI의 분투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