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2만명의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는 과정에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유혈충돌이 일어나 경찰 9명을 포함해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수백명이 다쳤기에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벌어진 우크라이나 시위를 살펴보면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국제적 요인을 살펴볼까요. 우선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합니다. 지도를 펴보면 유럽과 러시아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흑해를 밑에 두고 있어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영토적으로도 유럽 최대국가입니다. 인구는 7번째로 많고 평야지대가 광활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스스로를 '서유럽, 동유럽'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중유럽'이라고 자칭합니다.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하면서 350년동안의 슬라브(제정러시아,구 소련) 통치에서 겨우 벗어났습니다. 이후 서방세계는 '나토'를 중심으로, 러시아는 '구 소련 국가'들을 다시 통합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습니다.
EU 는 가입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일정 정도 수준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을 위해 '이스턴 파트너십' 이라는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가입조건을 완화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벨라루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6개 국가가 가입했습니다. 러시아는 당연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어쩔 수 없이 지켜만 봤습니다.
EU는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포괄적 FTA 추진'을 위한 협약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이 협약 체결을 눈앞에 둔 지난해 11월 백지화를 선언한 겁니다.
이렇게 된 데는 러시아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걸 간파한 러시아는 나토에 맞서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추진해 왔습니다. 2015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0년 관세협정을 출범하면서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를 가입시켰습니다. 최근엔 아르메니아와 키르키즈스탄 등의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언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적어도 '우크라이나'만큼은 완충지역으로 남겨야 한다는 긴장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난 연말 150억 달러 차관을 제공하고, 천연가스를 30% 싼값에 공급해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러시아와 '친해지면' 좋겠다는 세력이 힘을 얻겠지요.
이젠 국내적 요인을 살펴 볼까요. 우크라이나는 국토 한 가운데 드네르프 강이 세로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 강을 경계로 서쪽은 우크라이나계 주민이 우크라이나 언어를 쓰며 살고 있습니다. 친 유럽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동쪽은 친 러시아계 성향이 뚜렷한데 러시아계 주민이 많고 또 러시아 언어를 쓰고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인 야누코비치도 동부 출신입니다. 내심 유럽쪽보다는 러시아쪽에 손이 기울고 있다는 느낌, 드시죠.
현재 반정부 시위는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과의 FTA를 중단하고 러시아의 차관을 받아들이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입니다. 서부에 기반을 둔 야당 세력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의 진단입니다. "우크라이나는 350년 동안 제정러시아와 소련,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습니다. 1991년에 독립했는데, 현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와 친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경우, 러시아에 다시 통합될 수도 있다는, 또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서부와 동부가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 정권은 반정부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석달 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급기야 최악의 유혈사태까지 터진 것입니다.
현 정부는 러시아 편, 반 정부 시위는 유럽과 미국 편...이런 구도입니다. 과거 냉전 시대의 정치 갈등이 아닌, 이제는 탈 냉전시대의 경제 갈등이 한 국가 안에서 첨예하게 드러나고 있죠.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70년전 우리나라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는 건 저 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