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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복지예산은 부족해도, 공무원 밥값은 두 번 보전해주는 구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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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 공무원들에게 세금으로 급식비를 두 번이나 내주고 있습니다. 이건 문제가 심각합니다. 5년 동안 무려 182억 원이나 썼습니다.”

 지난 달 초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급식비를 두 번이나 내주고 있다니? 지난해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구청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듣던 얘기가 퍼뜩 떠올랐습니다. “예산 없어죽겠어요. 무상보육에 편성된 예산 다 써서 큰 일 입니다.” 실제 서울시 대부분 구청들이 지난 8월 무상보육에 편성 된 예산의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서울시가 2천 억 원이나 되는 지방채를 발행하고서야 양육수단 지급 중단이라는 사태를 겨우 막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취재를 해보니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해부터 서울시내 25개 구청을 상대로 급식비 이중지급에 대한 의혹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구청은 어떤 방식으로 급식비를 보전해주고 있는걸까? 궁금했습니다. 구청 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구청구내식당에 들어가자 식권표를 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직원용 식권은 2천 5백원, 외부인 식권은 4천원이었습니다. 원래 한 끼 가격은 4천원이지만 구청에서 지급한 예산으로 매끼 공무원들에게 1천 5백 원씩 보조해 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 한 끼에 1천 5백 원. 하지만 구청이 이런 식으로 구청 구내식당, 동 주민센터, 구민회관, 보건지소, 구 의회에 예산을 일괄 지급해 보전해 준 돈만 5년 동안 30억 가까이 됩니다. 

 해당 구청 총무과, 자치안전과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지방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구청 공무원들은 월 13만원씩 이미 급식비를 받고 있고 시간외근무를 할 때는 매끼 7천 원 씩 추가로 급식비를 지급받지 않느냐고 운을 뗐습니다. 구청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구의 후생복지조례에 구내식당이 후생복지시설로 규정이 돼 있어서 식당 시설에 예산을 지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예산을 이용해 공무원들이 한 끼 식사를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건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후생복지시설에 지원된 예산은 식당 조리시설 확충 등 말 그대로 시설 투자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예산을 사용하면 이미 급식비를 지급 받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추가로 급식비를 보전해 주는 형식이 되는 게 아니냐고. 그러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월 13만원씩 주는 급식비는 월급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주는 것이고, 한 끼 식사 값을 보전해 주는 건 개인 통장으로 지급해 주는 게 아니니 이중 지급이 아니라고. 보전은 해주고 있지만 이중 지급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 뿐 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구청은 심지어 구 조례에 구내식당이 후생복지시설로 규정조차 안 돼 있는데 계속 예산을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5년 동안 이렇게 지급해 온 돈이 20억이 넘었습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7개나 되는 구청이 이런 식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식당에 예산을 지급하고, 그 돈은 결국 공무원들이 먹는 ‘식사’에 투자됐습니다.

 제가 하나 둘 취재를 해나가는 사이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지난달 중순 ‘지방자치단체의 급식비예산 부당 집행 의혹’ 조사에 대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보수인 급식비를 정액으로 지급받는 것 외에 급식비를 이중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예산 지원에서 특히 조례에 근거없이 지원하는 7개 구청과 동 주민센터에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10개 구청에 대한 법령위반 사항은 ‘부패행위’에 해당되므로 추가조사 및 회계감사를 위해 감사원과 안전행정부, 서울특별시에 각 이첩하기로 한다" 고.

 또 그 안에는 여러 구청에서 구내식당을 후생시설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방공무원 법에는 보수인 급식비를 정액으로 지원하는 사항 외 추가적인 어떠한 유가물이나 금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국가 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 상위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위임하지 않은 구내식당을 후생시설로 규정하는 부분 및 예산으로 지원토록 하는 일부 구청의 조례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법령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

 서울시는 재작년 품격 있고 지혜로운 서울시 공직자가 되는 법을 담았다며 ‘신목민심서’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 5장에는 시민들의 혈세를 아낄 수 있는 검약에 대해 적혀있습니다. 검약. 공무원조직이라면 언제나 마음에 새겨야 할 단어입니다. 취재를 하면서 여러 번 고민에 빠졌습니다. 특히 취재차 찾아갔던 구청에서 “보통 회사에서도 구내식당 운영하고 직원들한테 밥 싸게 주지 않습니까.” 하는 질문이 돌아왔을 때. 순간 저도 ‘그래 그런 측면도 있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구내식당’과 ‘직원급식비’라는 프레임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을 때의 얘깁니다. 이번 사안은 그 프레임을 넘어서야합니다. 식비를 이중으로 보전해주는 그 예산의 출처가 시민들이 낸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보통의 사기업에서 쓰는 돈과는 결이 다른 돈입니다. 이 결이 다른 돈이 지난 5년동안 17개 구청에서 급식비 이중 보전을 위해 182억원이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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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기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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