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은 요즘 가는 곳마다 기자들이 따라 붙습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의 뜻을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아, 출마를 할 건지 말 건지 확답을 듣기 위해섭니다. 행사장마다 오늘은 뭔가 진일보한 얘기를 내놓을까 기대를 하며 마이크와 휴대전화 녹음기를 들이대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몽준 의원이 서울시장 문제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달 21일 정병국 의원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자리였습니다. 그 전날 홍문종 사무총장과 단 둘이 만나 논의를 했고,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기자들이 따라붙자 처음 얘기를 꺼낸 겁니다. 당시 정 의원은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아서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 당의 모든 분들이 다 힘을 합쳐서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얘기를 서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전까지 가타부타 언급이 없던 정 의원이 시장 출마에 대해 처음 긍정적인 뉘앙스로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이 때부터 기자들의 정 의원 따라붙기가 본격화 됩니다.
그러나 거의 한달이 다 돼가는 오늘까지 정 의원의 입장은 첫 입장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뭔가 새로운 뉴스를 전해야하는 기자들 입장에선 죽을 맛인 거죠.
정 의원이 1월21일 이후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꺼낸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2월3일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너무 늦기 전에 결정하겠다. 당에서 저에게 공식 요청하면 당의 그런 견해를 가볍게 생각하진 않겠다. 제가 지금 30년 가까운 정치 생활하면서 정치 탁류에 몸을 던지는 걸 한 번도 두려워한 적 없다고 생각한다."
- 2월3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설이 지나고 조금 있으면 정월 대보름이 오는데, 둥근 달을 쳐다보면서 생각을 하겠다."
(대보름은 지난 14일이었습니다)
- 2월5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면담 후
"늦기전에 결정을.. 제가 무슨 결정을 한다면 제가 우리 서울 시민들을 위해서 할 일이 있고 우리 당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다고 판단을 하면 제가 하겠다"
- 2월 9일 관악산 등반
"서울지역 의원하며 서울시정 계속 생각해왔고 어떻게 봉사할까도 생각. 요즘 전보다 그런 생각 더 하고 있다."
-2월 11일 김무성 의원 주최 통일교실 모임에 앞서
"나도 박근혜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대통령하고 가까운 사람이 바로 나인데, 청와대의 뜻을 안다고 하면서 말하는 것은 잘못"
- 2월16일 청계산 등반
"말로는 서민 서민하면서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 있고 진짜 서민을 도와서 서민이 중산층 돕는 정치인 있다 생각. 저는 서민 도와서 어려우신 분들이 중산층 되도록 최선 다하겠다."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걸까요? 하지만 결정이 미뤄지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식을 연 이혜훈 최고위원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또 새누리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면 승산이나 유불리를 떠나 결단을 내리는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서울시장 자리는 1천만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매 시간마다 내려야 하는 자리인 만큼 실기하지 않는 결단력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분히 정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를 겨냥한 말로 해석됩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박원순 현 시장과의 양자 여론조사에서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 등이 앞서는 경우가 있었으나 1월로 접어들면서 뒤집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후보군이 조속히 가시화되지 않고 뜸을 들이는 모습 탓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예시한 정 의원의 발언을 보면 시장 출마를 결정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여의도 주변에는 아직도 정 의원이 결국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대권을 노리는 정 의원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서울시장 선거 국면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서울시장은 대통령 만큼이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 출마를 결정해야할 자리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더구나 대권을 노리는 정 의원 입장에선 서울시장에 당선했을 경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어 더욱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달 째 맴맴 도는 정 의원의 입장,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만약 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습니다. "결단을 내리는 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느냐. 무슨 고민을 가장 많이 한 것이냐"고요.
* 정 의원은 오는 20일 여야 의원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합니다. 중국에 머물며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겠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정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밝힐지, 저희 취재진은 또 공항에 마이크를 들고 대기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