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이 없으니 2월분 월급이 들어오는 3월25일까진 빈손이겠죠. 영업이 재개돼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권의 텔레마케팅(TM) 재개를 순차적으로 허용하고 영업정지 카드사가 TM 고용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일선 현장에선 당국의 예상이 빗나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부터 보험업계가 제한된 범위에서 TM을 할 수 있도록 풀어줬지만 실제로 TM을 재개한 보험사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TM으로 발생하는 민원을 돈으로 무마하는 역효과가 생겼습니다.
금융위는 또 17일부터 3개월간 영업이 정지되는 국민·농협·롯데카드가 TM 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카드모집인의 고용을 지속하도록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이들 카드사에서는 해촉이 잇따르고, 재고용 문턱도 높아졌습니다.
불법 정보를 활용한 마케팅이 적발된 금융회사는 최고경영자(CEO)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금융위의 '엄포'는 TM 시장을 얼어붙게 했습니다.
다소 번거롭게 여겨지는 텔레마케터(TMR)의 상품 권유 전화가 '뚝' 끊긴 것입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금융권 가운데 TM 중단의 역효과가 가장 큰 보험사부터 합법적으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고객정보만으로 전화영업을 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그 대신 각 보험사 CEO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를 냈고, 보험업계는 '정보활용 유효대상자 현황'을 부랴부랴 추려 당국에 제출하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실제로 지키기란 현실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보험사들은 금융위의 지시대로 '적법한 정보'인지 확인하려고 과거 통화내역 녹음파일이나 정보제공 동의서를 일일이 들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녹취 상태가 불량한 파일이 적지 않은 데다 동의서의 경우 서명이 고객 본인의 것인지 확인하는 게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고객에게 전화해 '정보활용에 동의한 적이 있느냐'고 재차 묻는 보험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합법 정보인지 모두 따져보고 영업하라는 금융위의 지침은 너무 현실에 안 맞는다"며 "녹취 파일의 경우 한 건 확인하는 데 10~20분씩 걸려 거의 손을 놨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확인할 기준이나 지침도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고 응답한 고객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보험사가 있는가 하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험사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의 TM 재개가 매우 더딘 데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TM을 재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탓에 애초 우려했던 TMR의 대규모 해촉·해고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한 독립법인대리점(GA) 대표는 "영업을 섣불리 재개할 수 없어 우리 직원 200여명 중 절반만 출근했는데, 나머지 절반은 이참에 그만두려고 하는 것 같다"며 "민원이 단 한 건이라도 들어가면 문 닫을 각오를 하라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대책"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월평균 100만원대의 박봉을 받는 고졸·전문대졸 출신 여성이 대부분인 TM 직원들은 생계가 여전히 막막합니다.
특히 이날부터 3개 카드사가 3개월 영업정지에 들어간 카드업계 TM은 금융위의 요구와 달리 생계 유지가 매우 불투명해졌습니다.
영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더라도 통화량과 건수에 따라 상담사의 급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노출에 거부감을 보이는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수당 감소와 근무환경 악화 등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