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 기간에는 말 그대로 인류 대이동이 이뤄집니다. 올해 춘제에도 연인원 36억 명이 움직입니다. 40일 가까운 기간 동안에 한 사람이 여러번 움직이는 것을 모두 합쳐서 계산한 것입니다만, 그래도 천문학적인 수치입니다.
통로까지 가득 메워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기차를 열 몇 시간씩 타고 갑니다. 오토바이에 짐과 가족을 가득 실은 채 눈과 비를 뚫고 며칠씩 달려갑니다. 볼 때마다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련스러운 짓 같습니다. 하지만 고향을 찾아가는 중국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베이징역에서 만난 한 부부의 이야깁니다. "(중국의 서북쪽 끝인) 신장이 고향입니다. 현재 (동남쪽인) 푸젠성에서 장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너무 바빠서 춘제 때조차 고향에 가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러 가려고요. 아이들이 많이 컸을텐데, 보고 싶어서 더이상은 미룰 수 없죠. 베이징까지 오는 기차표를 가까스로 구해서 18시간 타고 왔어요. 하지만 신장까지 가는 표는 아직 못샀습니다. 어떻게든 구해봐야죠. 기차만 타면 20시간 안에 고향에 갈 수 있는데."
가는데만 꼬박 하루 반이 넘게 걸리는 고향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1년에 춘제 단 한 번만 허용됩니다. 춘제 외에는 일주일 이상 쉬는 날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춘제를 놓치면 부모도, 아이들도 1년 내내 만날 수 없습니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부모의 마음도 그렇겠지만 연례행사처럼 엄마, 아빠를 보는 아이들도 춘제는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1년 내내 춘제만 바라봅니다. 구이저우 준이시(중국 서남부)에 사는 13살 류정자오, 정이 쌍둥이 오누이도 그렇습니다. 부모는 광둥성에 가서 농민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함경북도에 가족을 두고 전라남도에서 일하는 셈입니다.
쌍둥이는 부모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꿈에서라도 엄마를 보고 싶은데 엄마 꿈을 잘 꾸지 못하자 자신이 그만큼 그리워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자책할 정도입니다. 쌍둥이는 공부하는 시간 외에 짬을 내서 함께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과일 노점상을 합니다. 이 일을 하고 받는 용돈이 1마오, 우리 돈 18원입니다. 이 돈을 토끼 저금통에 1년 동안 모아 81.9 위안, 1만4천3백원을 모았습니다. 햄버거 세트 2개 값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소중한 돈입니다.
춘제가 다가오면서 쌍둥이는 이 저금통을 털어 엄마, 아빠의 선물을 사러 갑니다. 시장을 한참 동안 돌아 아빠에게 장갑을, 엄마에게는 스카프 선물을 고릅니다. 1년만에 부모를 만나서 자신이 번 돈으로 산 선물을 드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마구 뜁니다.
쌍둥이가 춘제마다 비는 소원은 단 한가지입니다.
"부모님이 더 이상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이죠. 여기서 일자리를 구해서 우리와 함께 살면 좋겠어요."
이런 애달픈 사연은 류정자오, 정이 오누이만이 겪는 특별한 상황이 아닙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농촌 아동이 중국에 무려 6천만 명이 넘습니다. 전체 아동의 5분의 1입니다. 이들 모두가 쌍둥이 오누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춘제 때 그 혼잡하고 불편한 고생길을 뚫고 기를 쓰고 고향에 가는 이유입니다.
류씨 오누이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그래도 춘제 때마다 부모의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도 어려운 가정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다보니 비극적인 일도 일어납니다.
9살 룽모군은 80대의 외할머니와 안후이성의 한 농촌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이혼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따로 가정을 꾸렸습니다. 현재 가정 생활에 바쁜 탓일까요? 지난 2년 동안 춘제 때조차 부모 모두 아이를 만나러 오지 않았습니다. 룽군은 공부를 못해서 부모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책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부모에게 잊혀지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고 합니다.
지난 20일 룽군과 저녁을 함께 먹던 외할머니는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습니다. "아이구, 저 놈 불쌍해서 어쩌누. 올 춘제 때도 엄마, 아빠 아무도 못온다는데." 저녁을 먹은 뒤 룽군은 사라졌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던 외할머니와 삼촌은 룽군을 실외변소에서 찾아냈습니다. 기둥에 목을 맨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중국 춘제의 귀향 풍경을 보며 웃습니다. 기차에 매달려가다시피 하고, 버스의 짐칸에까지 몰래 타고 가기도 합니다.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 트랙터, 마차, 우차 등 굴러갈 수 있는 모든 탈것을 이용합니다. 짐을 말 그대로 산더미 처럼 싣고 갑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가슴 속에 각자 안타까운 사연을 한자락씩 깔고 가는 것입니다. 이역만리에서 쌓아온 그리움을 한가득씩 안고 갑니다. 이제는 그런 사진을 보면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