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와 반군 측이 국지적 휴전과 구호품 지원, 포로 석방 등 현실적인 문제를 우선 풀어가기로 했다.
양측 대표단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유엔의 중재로 진행한 첫 대면 협상에서 중부 도시 홈스의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양측은 또 26일에는 정치범 재소자와 피랍자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내전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은 양측은 1차 제네바 회담에서 합의한 '과도정부 수립'에 견해 차가 여전히 현격해 상대적으로 합의가 쉬운 문제부터 다루기로 한 것이다.
중재를 맡은 유엔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풀어 양측이 신뢰를 쌓으면 과도정부 수립 방안 등 정치적 해법 논의로 협상을 진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정부군 포위한 홈스에 구호품 지원 희망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특사가 중재한 첫 회의에서 양측 대표단은 예상대로 홈스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능한 통로를 확보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브라히미 특사는 홈스에 구호품을 지원하는 방안은 지방정부 차원의 절차가 필요해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이르면 27일부터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군 거점인 홈스는 정부군이 외곽을 포위하고 있어 수개월 동안 적십자 등 국제 구호단체가 식량과 의약품 등을 반입하지 못하고 있다.
홈스는 내전 발발 전에는 시리아 3대 도시 중 하나로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렀지만 정부군과 반군 간 격전으로 주민 상당수가 떠났으며 남은 주민들은 인도주의 지원 통로마저 막혀 기아와 질병에 고통받는 상황이다.
홈스의 반정부 활동가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난 20개월 동안 봉쇄돼 상황이 매우 나쁘다"며 "우리는 음식도 없고 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홈스는 정부 측만 협조하면 국지적, 시한부 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 논의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군 측 대표단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의 아나스 알압바는 홈스에서 활동하는 반군은 제네바에서 어떤 합의를 하더라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홈스를 장악하고 있는 자유시리아군은 SNC를 지지하고 있으며, 구호품 지원을 위해 1∼2주 정도 휴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NC는 합의사항을 이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자유시리아군 외에도 이슬람전선, 알누스라전선 등 이슬람주의 반군과도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알카에다 연계 세력으로부터는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국지적 휴전과 포로교환, 인도주의 지원 통로 보장 등은 이미 유엔과 미국, 러시아가 사전에 논의했고 시리아 정부도 지난 17일 동의한 바 있어 큰 충돌 없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양측이 이 방안에 합의해도 시리아 내전을 끝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로 유일한 해법인 과도정부 수립 논의는 필수적이다.
◇과도정부 수립 방안, 합의점 도출 어려울 듯 유엔은 지난 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최한 이른바 '제네바-2 회담'의 목표는 2012년 6월 1차 회담의 합의문(제네바 코뮈니케)에서 제시한 과도정부 수립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차 제네바 회담에서는 군사·안보기구를 포함해 전권을 행사하는 과도정부를 수립하며 현 정부와 반군 등 모든 구성원이 '상호 동의'에 따라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반군 등은 '상호 동의'에 따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과도정부 구성에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러시아와 시리아는 반대 주장을 펴왔다.
이런 현격한 견해차는 22일 열린 제네바-2 회담에서 한 치도 좁혀지지 않았다.
시리아 양측 대표단은 24일 첫 회의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한때 협상 무산 위기까지 치닫기도 했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25일에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브라히미 특사에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의 '간접 협상'을 벌인 것도 이런 입장차이 때문이다.
이들은 회의실에 드나들 때도 다른 문을 사용했다.
SNC 대표단의 아나스 알압바는 "다마스쿠스의 살인자(알아사드 대통령)를 대표하는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시리아 국민을 위해 분노를 삼키고 여기에 앉는다"고 말했다.
반정부 연합체인 SNC는 터키 이스탄불에 본부를 둔 망명 정부로 알아사드를 배제한 과도정부 수립을 이번 협상의 목표로 내걸었다.
반면 정부 대표단의 옴란 알주비 공보장관은 "시리아는 국가기관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과도정부 구성은 국가의 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논의되는 것"이라며 과도정부를 논의할 뜻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브라히미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에서 제네바 코뮈니케의 과도정부 수립은 당연히 논의한다"며 다음 주부터 협상 의제로 다룰 방침임을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다음 주말까지 이어질 이번 협상에서는 과도정부 수립 방안에 양측이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4개월 동안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 댄 양측이 협상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내전 사태의 해법을 찾는 의미있는 첫 걸음으로 평가된다.
(이스탄불=연합뉴스)